29일 아침 김동희씨(72)는 검정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간밤 꿈에는 동생 송희씨가 나왔다. 무용을 하던 동생은 꿈에서조차 예뻤다. 김씨는 동생의 잔상을 마음에 품고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으로 향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죽은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탑이 그곳에 있었다. 30년 전 죽은 송희씨의 이름도 그곳에 있었다. 위령탑 앞에 선 김씨의 눈에 예쁜 동생의 얼굴이 선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와 삼풍백화점붕괴참사유족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초구 매헌시민의숲 삼풍참사위령탑 앞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른 번째 맞이하는 추모식이었다. 머리칼이 희끗해진 유족들이 검은 옷 위로 분홍색 리본을 달고 위령탑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일부 유족들은 비가 내려 눅눅해진 낙엽 위에 돗자리를 깔고서 추모식에 참여했다. 저마다 손수건을 꼭 움켜쥔 유족들은 추모식이 진행되는 내내 자꾸만 눈가를 훔치며 사랑하는 사람을 애도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국내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의 삼품백화점은 사고 당일 오후 5시57분 왼쪽부터 기울기 시작해 20초만에 완전히 주저앉았다. 502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으며 937명이 다쳤다. 참사 직후 부실 시공과 이를 덮어준 공무원의 뇌물 수수 등 부패의 흔적이 드러났다.
유족들은 30년 전 참사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이날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발표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유가족 중 63%가 현재까지도 반복적 사고, 분노, 무기력 등을 겪고 있었다. 82.3%는 참사 이후 전문가의 심리 지원을 받지 못했다.
참사로 남편을 잃은 김모씨(59)는 “지금도 건물 지하에 가지 못하고 문을 열어 놓고 잔다”며 “남편을 잃고 가족들이 다 무너졌는데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해 사비로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동희씨도 “동생의 시체가 마지막쯤에 나왔는데 그때 제 머리가 하얗게 샜다”면서 “아직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고 동생이 많이 그립다”며 울음을 삼켰다. 이날 만난 일부 유족들은 기자의 질문에 답을 채 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딸을 잃은 김윤아씨(72)는 “세월호도 이태원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도 그랬듯 참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30년이 흘렀지만 바뀐 것이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희씨(52)는 “아직도 큰 건물에 들어갈 땐 ‘여기도 무너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안전과 목숨, 이 두 가지를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10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1.7%가 “삼풍백화점과 같은 대형참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은 경쟁과 이윤을 위해 값싼 자재를 쓰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관행이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추모식엔 세월호 유가족과 일반 시민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유족들을 위해 ‘기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소연씨는(44) “유족들이 스스로 잊히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마음이 아팠다”며 “참사가 반복되는 만큼 사회적 차원에서 삼풍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최순화씨(61)는 “유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들어주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참사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모식의 끝 무렵엔 애국가가 아닌 4.16합창단이 만든 추모곡이 울려 퍼졌다. 유족회에서 “국가가 잘못해 일어난 참사인데 애국가를 부를 수 없다”며 4.16합창단에 부탁했다고 한다. 4.16합창단은 위령탑 앞에 서서 삼풍참사 유가족들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눈물이 땅을 적신 이곳에 너는 여전히 오롯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날처럼 오늘도 기억할 게 내일도.”
11억을 횡령해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은행원이 18년 만에 필리핀서 붙잡혀 강제 송환됐다.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도 10년 만에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경찰청은 27일 횡령사범,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2명을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됐다.
송환된 A(57)씨는 2007년 국내 시중 은행에서 대출 담당 과장으로 근무하다 대출 서류를 허위 조작해 약 11억원을 횡령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지난해 9월 행정 서류 발급을 위해 필리핀 이민청에 방문했다가 인터폴 적색수배자임이 발각돼 18년 만에 체포됐다. 송환된 A씨는 서울 방배경찰서가 구속수사할 예정이다.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B(41)씨도 이날 필리핀에서 강제 송환됐다. B씨는 2015년부터 공범 6명과 함께 필리핀을 거점으로 160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여러 개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3월 현지에 파된된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와 필리핀 이민청 수사관이 공조해 차량을 미행한 끝에 B씨를 검거했다. B씨 송환을 끝으로 수사관서인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해당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청은 주필리핀대사관과 함께 피의자들의 죄질 및 범죄 규모, 도피 기간 등을 고려해 일시에 2명을 송환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번 송환은 현지 대사관과 필리핀 이민청, 코리안데스크가 합심해 검거 및 송환이 성사된 우수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공조 역량을 결집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내란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오는 28일 소환조사를 통보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27일 “특검과 출입방식이 협의되지 않아도 내일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소환조사를 원했지만 특검이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며 대치하자 일단 28일 소환에는 응할 뜻을 밝힌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에 동행할 변호인으로 김홍일·송진호·채명성 등 세 변호사가 입회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하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오는 28일 조은석 내란 특검팀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 2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오는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외부에 노출되는 것만 막아달라며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특검 측은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 시각을 오전 10시로 1시간 늦춰달라는 요구는 수용했다.
양측의 입장차로 인해 28일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일단 예정된 시각에 고검 청사로 출석해 현장에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