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28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첫 대면 조사에서 파견된 경찰 수사관의 신문을 거부해 조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각 출석, 비공개 출석, ‘지하주차장 이용’ 같은 몰염치한 특혜 요구도 모자라 조사 담당자를 입맛대로 선택하겠다는 게 내란 피의자가 할 소리인가.
윤석열 측은 이날 오후 조사를 앞두고 “조사 담당자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은 (윤석열에 대한) 불법적인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참여한 경찰”이라며 담당자 교체를 요구했다. 또 사건 이해충돌 관련자 신문을 받을 수 없다면서 관련 혐의에 대한 조서에 서명 날인도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총경은 당시 현장에 없었고 수사 지휘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검의 반박이다. 지난 1월5일 경호처 반발로 무산된 이 체포영장 집행은 당시 경찰이 아닌 공수처가 맡았다. 윤석열과 대리인들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허위 주장을 내세워 특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이날 실랑이 끝에 오후 조사가 재개됐지만, “비상계엄 국무회의 의결 과정, 국회의 계엄해제안 의결 방해 등 일부 혐의만 조사했다”는 것이 특검 설명이다. 체포 방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외환과 같은 중대 혐의는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채 첫 대면 조사는 5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명박도 검찰 출석 때 했던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온갖 수사 특혜만 요구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망상과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다.
윤석열은 30일 재조사를 통보한 특검 요구를 거부하고 출석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29일 요청했다. 끝까지 법치를 흔드는 법꾸라지 행태를 멈추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줄 필요도, 이유도 없다. 조은석 특검은 “특별대우 없다.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법불아귀’(법은 권력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공언한 대로 단호하게 수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 위법 증거 확인 시 즉각 재구속하기 바란다. 윤석열은 내란 피의자라는 현실을 자각하고 특검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본회의 전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가 상임위원장 선출 일정을 최소 일주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충분한 시간을 줬기 때문에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해 예결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나머지 상임위원장은 추가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이 4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이고 우 의장도 민주당의 본회의 개의·안건 상정 요청을 수용하자 본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우 의장을 항의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국회의장이 민주당 대표 같다”며 “저런 국회의장을 어떻게 의장으로 인정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춘석 법사위원장, 한병도 예결위원장, 김교흥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병기 운영위원장 선출 안건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불참한 뒤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묻지마식 의회폭주 민주당식 협치파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식 협치파괴 선출 강행 중단하라. 묻지마식 의회폭주 국민들은 분노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소통과 대화, 협치를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며 “국회의사당에서는 소통도, 대화도, 협치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오늘 다시 가져간 법사위원장직으로 입법 기능을 틀어쥐고 사법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라며 “사법부를 협박해 이 대통령 재판을 중단시키고 야당과 보수 진영을 특검으로 모두 단죄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의요구권(거부권)과 107석으로 막아온 온갖 악법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며, 무리한 법안 추진의 부작용과 폐해는 국민과 민생에 큰 주름살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아서는 데 앞장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가정보원 1·2차장에 이동수 전 국정원 해외정보국 단장(58)과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센터장(62)을 각각 임명했다. 국정원 조직 관리와 예산을 총괄할 기획조정실장에는 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김희수 변호사(65)를 발탁했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이상경 가천대 교수(57), 법무부 차관에는 이진수 대검찰청 형사부장(51)이 각각 임명됐다.
이 국정원 1차장은 외교와 국방 등 국제 정세 분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으로, 이종석 국정원장(당시 NSC 사무처장)과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정원 2차장은 국정원 대북전략단장을 지낸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불린 임 전 원장을 보좌하며 쌓은 경험이 이번 인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기조실장에는 김희수 변호사(65)가 임명됐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 경기도 감사관으로 일했다.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인권연대 운영위원, 전북대 법과대학 교수 등을 지냈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공공주택 대량공급과 개발이익환수제를 주장했다. 이 차관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으로, 20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대선 캠프에서 부동산개혁위원장을 맡았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민생범죄와 같은 형사 사건을 주로 수사해 ‘비(非)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사업연수원 29기인 이 차관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2023년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에는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 실장(57)이 임명됐다. 류 차관은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을 지냈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는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58)이 임명됐다. 행정고시 39회인 이 차관은 산업부에서 무역정책과장, 에너지혁신정책관, 전력혁신정책관을 지냈다. 보건복지부 2차관에는 이형훈 (재)한국공공조직은행장(59)이 임명됐다. 행정고시 3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복지부 복지정책과장, 보건의료정책과장, 연금정책국장을 지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60)은 유임됐다. 오 처장은 2022년 5월 취임해 3년 넘게 재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장·차관급 인사 중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유임 사례다.
국민의힘은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 인선을를 두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만 앞세운 장관 인사”라며 “국정은 이재명 선거캠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능력도, 원칙도, 기준도 없는 보은 인사이자 국정 신뢰 붕괴 인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법무부 장관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내정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임명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이어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과 자가진단키트를 당부하던 시기, 가족은 그 방역으로 이익을 챙기고 재산을 은폐한 정은경 장관 후보자, ‘드루킹’ 김경수까지 측근과 코드로 채워지는 부적격 인사의 반복은 국정이 아니라 사조직의 인사 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과 국정의 균형을 책임져야 할 현직 의원들을 줄줄이 내각에 집어넣는 건 대한민국을 의원내각제로 착각한 듯한 행태”라며 “국정 운영의 과도한 정치화, 인사청문회 무력화, 대통령실의 권력에 휘둘리는 사조직화와 포퓰리즘 운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장관 내정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분과 경력을 쌓기 위한 ‘출마용 장관’ 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며 “인사가 선거 운동용 경력 관리의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철저한 인사 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사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산업부 장관에 원전 전문 경영인을 기용한 것은 탈원전 우려 속에 민생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인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