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추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이 2단계 실험 준비를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CBDC와 대척점에 서 있는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와의 교환 비율을 고정한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6일 CBDC 1차 실험 참여 은행들과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2차 실험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보류한다고 통보했다.
CBDC 실험(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발행한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발행한 ‘예금 토큰’을 금융 소비자가 지정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사업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 등 7개 은행과 소비자 10만명이 참여한 1차 실험은 오는 30일 마무리된다.
당초 한은은 올해 말 2차 실험을 통해 예금 토큰의 편익을 점검하고 상용화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2차 실험 준비 논의 과정에서 “장기 로드맵 없이 일정부터 수립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국민 참여를 확대할 사업모델 발굴 및 가맹점 확보 등이 어렵다” “올해 말 후속 실험을 진행하는 일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등의 목소리가 은행권에서 나왔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법·제도 논의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CBDC 실험은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이에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령이 구체화된 이후 2차 실험 논의를 재개하는 게 동력 확보 차원에서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실험이 표류하면서 은행들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은행들끼리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동시에 비은행 업체들과도 접촉하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인 해시드는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미 두 차례 미뤄졌던 검찰청 업무보고를 1일 무기한 연기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담긴 정부조직개편안 초안 공개를 앞두고 국정기획위는 “검찰의 허락을 받고 검찰개혁을 공약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내일(2일) 예정된 검찰청 업무보고는 검찰 내부의 상황을 고려해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위는 지난달 20일 검찰의 첫 업무보고를 받은 뒤 “내용도 형식도 부실하다”며 중단했고, 지난달 25일 업무보고를 받으려 했다가 2일로 일주일 다시 연기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심 총장도 그만뒀고, 검찰 인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보고받는 게 의미가 없다”며 “검찰 내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보고하겠단 의향이 있을 때 소통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검찰청 등 개편안이 담긴 정부조직개편 초안은 이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에게 보고됐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정부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는 주요 쟁점 사안들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이후 대통령실과의 협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찰청 업무보고가 완료되기 전 이 위원장에게 안이 보고되는 것과 관련해 조 대변인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과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우리가 검찰의 허락을 받고 공약한 건 아니지 않냐”며 “검찰 의견을 당연히 듣고, 검찰도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업무보고 일정과 (조직개편안 마련) 스케줄이 불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조 대변인은 “정부의 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임기 불일치 문제가 지적돼 왔던 게 있다”며 “이를 포함해 효율성을 제고할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불일치로 정권 교체기마다 대통령 임기 막판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이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불법계엄 후 정권의 알박기 인사가 심각하다”며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기획위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버스로 찾아가는 모두의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현장 민원과 정책 제안을 받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강원을 시작으로 충청, 경상, 호남 등 4개 권역을 찾아 상담과 제안 접수를 위한 창구를 운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9개 부처 중 17곳의 장관을 내정함에 따라 7월 들어 장관 후보자 검증 국면이 본격화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태양광 사업 이해충돌 의혹,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음란물 유포 혐의 전과 등을 문제 삼았다.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가 태양광 사업에 도움을 주는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데 대해 이해충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 농업인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용이하게 하는 농지법 개정안, 영농형 태양광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발의에 각각 참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정 후보자의 배우자인 민모씨가 태양광 사업을 하는 점을 들어 “가족이 태양광 업체를 운영하는데 태양광 사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한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민씨가 2022~2023년 전국 필지 20곳을 2~29명과 공동 매입한 것을 두고도 야당은 편법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농축산어민으로 등록돼야 하는데, 민씨의 등록 여부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 후보자 부부가 위장전입 후 전북 순창군의 농지를 취득했다는 의혹도 들고나왔다.
한 후보자는 2005년 포털사이트 엠파스의 검색서비스본부장을 지내면서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벌금 1000만원과 몰수형을 선고받은 점이 논란이 됐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음란물 유포 전과자를 장관으로 지명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2003년 9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소속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면서 광운대 박사 학위, 미국 캘리포니아 서던대학교 MBA(경영학 석사 학위), 미국 스탠퍼드대 고급 프로젝트 관리과정을 병행한 점이 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실질적인 복무 이행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배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복무를 충실하게 했다, 청문회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21년 4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2018년 보전받았던 경북지사 선거비 2억7000여만원을 반환해야 했지만 4년 넘게 미납했다. 이번에 총 13억원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야당에선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국가 채무를 갚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 후보자는 재판의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라 그 결과를 보고 납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권 후보자가 최근 2년 동안 전국의 5개 사업장에서 같은 기간 총 7000만~8000만원의 근로소득을 올린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한남동 재개발 지역 도로를 매입해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갭투자 자금을 지원했다는 ‘아빠 찬스’ 의혹을 받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했을 당시 배우자가 진단키트, 마스크 제조사 등 코로나 수혜주를 매입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으로 검증 대상에 올랐다. 정 내정자는 전날 “보도에 잘못된 내용이 많다. 청문회를 통해 국민께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명문 공립대인 버지니아대 총장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폐기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이어지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버드대 등 명문 사립대를 타깃으로 삼아온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공립대학들로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로이터동신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대 제임스 E. 라이언 총장은 최근 법인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라이언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저항하는 것이 학생과 교수진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연방정부와 맞서 싸운다면 “일자리를 잃게 될 직원들과 연구비를 받지 못하게 될 연구자들, 장학금을 못 받게 되거나 비자문제를 겪을 많은 학생에게 만용일 뿐 아니라 이기적인 행위가 될 것”이라고 썼다.
지난 17일 연방 법무부는 버지니아대 이사회에 DEI 폐기를 압박하는 경고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법인 이사 일부는 라이언 총장이 사임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국고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있는 이 학교는 미국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이 설립한 주립대학이다. 라이언 총장은 2018년부터 이 학교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DEI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대학들에 캠퍼스내 반유대주의 및 DEI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