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오페라의 자존심 라스칼라 극장은 왜 지휘자 정명훈을 247년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인 음악감독으로 선임했을까. 지난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부산광역시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이 그 답을 보여줬다.
<피델리오>는 지난달 12일 라스칼라 음악감독 선임 소식이 전해진 후 정명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휘한 오페라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8일 오후 5시 정명훈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을 꽉 채운 관객 2000여명은 열광적인 박수와 함성으로 그를 환영했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작곡한 유일한 오페라다. 불법감금된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가 피델리오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교도소에 위장취업해 남편을 구출하는 내용의 2막짜리 작품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극적 갈등도 약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베토벤의 창작력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음악만은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절묘한 완급 조절과 진한 감정 표현을 통해 극적인 고양감을 만들어내는 정명훈의 지휘는 서곡에서부터 아낌없이 발휘됐다.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한국·중중·일본의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는 두 시간 내내 암보로 지휘한 정명훈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였다.
성악가들의 가창도 빛났다. 플로레스탄 역을 맡은 테너 브라이언 레지스터는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에 오지 못한 테너 에릭 커틀러를 대신해 긴급 투입됐는데도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오는 12월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트리스탄 역을 맡은 성악가답게 강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바리톤 크리스토퍼 몰트먼은 사악한 교도소장 돈 피차로 역을 맡아 드라마가 요구하는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레오노레를 자신의 딸 마르첼리네의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교도소 간수 로코 역을 맡은 베이스 알베르토 페센도르퍼는 의무와 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평범한 시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교도소 문지기 자키노 역을 맡은 테너 손지훈, 법무장관 돈 페르난도 역의 바리톤 이동환도 제몫을 다했다.
다만 레오노레 역의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공연이 의상과 세트를 완벽하게 갖춘 ‘전막 오페라’가 아니라 무대에서 노래만 하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이뤄지긴 했으나, 콘서트 오페라에서도 성악가들의 연기는 필수적이다. 바센츠는 악보를 보며 노래한 탓에 연기를 위한 동선이 제약됐고, 이 때문에 때때로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마르첼리네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소영은 밝고 투명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죄수들의 합창이 등장하는 2막 후반부에서는 부산시립합창단과 국립합창단의 강력한 노래가 발군이었다. 새로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성악가들의 서정적인 아리아부터 합창단의 웅장한 노래까지 폭넓은 음역대의 소리를 과도한 울림 없이 선명하게 전달했다. 지난 2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은 이날 <피델리오>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주의보가 내려진 2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짙은 해무를 배경으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성년 후견인 등도 피후견인 명의의 현금·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보험계약자를 위해 영어와 중국어 안내장도 마련된다.
금융감독원은 1일 제9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열어 후견인 등의 금융거래 이용 불편 개선과 외국인 보험계약자 편의성 제고 등 2개 과제를 심의했다.
고령·질병·장애 등 정신적 제약으로 재산 관리나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후견제도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성년 후견인 등이 피후견인 명의로 현금·체크카드를 발급받고 ATM을 사용하는 것은 제한됐다. 이 때문에 후견인은 입출금, 조회, 이체 등 간단한 금융 업무를 할 때도 매번 영업점을 방문하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
금감원은 금융권과의 협의를 통해 권한 있는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현금·체크카드 발급과 ATM 사용이 가능하게끔 올해 하반기까지 개선하도록 했다.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초고령 사회 진입 등으로 후견인 제도 이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후견인을 통한 피후견인의 금융거래 편의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유관 기관·업계 등과 적극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