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30주기를 맞이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가족들은 아직도 추모 표지석 설치를 요구한다. 추모 표지석이 없어서가 아니다. 추모 표지석이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린 자리에는 지금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서 있다. 삼풍백화점 추모 표지석은 여기에서 4㎞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숲에 자리하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현장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자리에 추모석을 세우자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유족들이 표지석 설치를 요구하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인근 노을공원(구 난지도매립지 터)이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1995년에는 서울에서 나온 모든 쓰레기가 난지도 매립장에 묻혔다. 삼품백화점 건물의 잔해도 여느 폐기물들처럼 난지도로 향했다. 건물 잔해를 치우기 시작할 때까지 가족의 유해를 찾지 못했던 유족들은 난지도로 따라갔고 일부는 이내 쓰레기 더미에서 가족을 찾아냈다. 일부 희생자들의 유해는 그렇게 매립지에서 수습됐다.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 유족은 그래서 지금은 노을공원이 된 난지도매립장 터를 찾는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미수습자 유족들은 노을공원에서 공터를 향해 절을 올린다.
유족들을 지원하며 표지석 설치 캠페인을 진행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이하 우리함께)의 활동가 김정숙, 장은하씨를 지난 26일 서울 중구의 우리함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노을공원 이야기를 유족들에게 듣고 캠페인 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센터는 최근까지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들의 구술 기록활동을 진행해왔다. 김씨는 “(희생자 유족이) 과일이랑 술을 챙겨서 난지도(노을공원)에 가셔서 절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활동가들은 추모의 상징물이 단순히 조형물로서의 의미만 갖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장씨는 “추모와 기억은 희생자들의 권리이자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그러나 그간 참사는 국가에 의해 추모와 기억 대신 빠른 수습과 처리의 대상으로 다뤄져 왔다”고 말했다. 참사를 기억하게 하는 추모공간 설치 등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리고, 이내 이것이 기피시설처럼 여겨졌다. 참사 현장에 위령탑이 들어서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활동가들은 기억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고도 했다.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피해자들이 참사 발생 이후 ‘배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점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이 정보 접근에서 배제되고, 참사 이후 주요 의사결정권에서 배제되는 과정이 반복돼왔다”며 그걸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는 2024년 9개의 참사 유가족들이 모인 재난피해자연대가 주축이 돼 4·16재단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최근에는 지난 5월28일 발생한 서울 종로구 세운대림상가 화재 피해자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재난피해자 권리 안내서’를 발간했다.
센터는 유족과 함께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 표지석 설립 서명은 목표치인 6290개가 모일 때까지 ‘빠띠 캠페인즈’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장관 내정자 인사를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내정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내정됐다고 강 실장은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 인선을를 두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만 앞세운 장관 인사”라며 “국정은 이재명 선거캠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능력도, 원칙도, 기준도 없는 보은 인사이자 국정 신뢰 붕괴 인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법무부 장관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내정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임명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이어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과 자가진단키트를 당부하던 시기, 가족은 그 방역으로 이익을 챙기고 재산을 은폐한 정은경 장관 후보자, ‘드루킹’ 김경수까지 측근과 코드로 채워지는 부적격 인사의 반복은 국정이 아니라 사조직의 인사 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과 국정의 균형을 책임져야 할 현직 의원들을 줄줄이 내각에 집어넣는 건 대한민국을 의원내각제로 착각한 듯한 행태”라며 “국정 운영의 과도한 정치화, 인사청문회 무력화, 대통령실의 권력에 휘둘리는 사조직화와 포퓰리즘 운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장관 내정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분과 경력을 쌓기 위한 ‘출마용 장관’ 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며 “인사가 선거 운동용 경력 관리의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철저한 인사 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사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산업부 장관에 원전 전문 경영인을 기용한 것은 탈원전 우려 속에 민생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인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9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내정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62)은 전략과 정책을 겸비한 중진 의원(5선)이다.
경기 가평 출신으로 춘천고와 서울대(철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재학 시절엔 학원자율화추진위원장을 지내는 등 86학생운동권 그룹의 맏형으로 통한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화민주당의 기획위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한광옥 전 의원 보좌관을 거쳐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 구리에서 당선돼 원내에 입성한 후 19대부터 22대까지 당선되면서 5선 고지에 올랐다.
당내에선 당 정책위의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민주당이 절대 과반 여당이던 21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임대차 3법, 공정경제 3법 등 쟁점법안을 처리하는데 앞장섰다.
2020년 8월 당시 민주당이 임대차 3법 등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한 것에 대해 야당이 ‘입법폭주’ ‘독재’라고 공세를 펼치자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 이제 와서 이러냐”고 응수해 강성 이미지를 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