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고검장·사법연수원 28기)과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28기),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29기)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르면 이날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고위직 인사 단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 고위 간부들의 사직 의사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차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히며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길상지지(吉祥止止).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며 “27년간 걸어온 검사로서의 길을 이제 멈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검찰은 많이 어려운 시기”라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양 지검장도 이날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리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사법기관간 책임의 영역이 더욱 흐려지고, 범죄 피해자인 국민은 제3의 권력기관을 찾아나서거나 스스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적 혼란상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 지검장은 “검찰에 대한 비판은 주로 ‘사람’에 대한 것”이라며 “‘사람’ 영역의 문제를 ‘사건’ 영역에서 다루려다보면 ‘수사·기소 분리’ 등 선례를 찾기 어렵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사법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난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신 지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등에서 근무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일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최근까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재직했다. 신 지검장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청탁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 왔다.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도 수사했다.
양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윤 전 대통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었던 양 지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불기소를 주장했던 검사 선배 심재철 당시 남부지검장(27기)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따졌던 일화가 유명하다.
기후운동을 이어온 7년 동안 많은 석탄발전소를 가봤다. 우리는 늘 발전소 앞에서 탈석탄을 외치며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탈석탄’을 외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말하기는 했지만, 늘 초점은 탈석탄에 맞추어져 있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늘 어려웠고,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건 연대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다 작년 겨울, 그전과는 다른 이유로 석탄발전소를 가게 됐다. ‘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설명회’를 따라다니며 당진·태안·영흥·삼천포·하동의 석탄발전소를 다녀왔다.
다섯 곳의 석탄발전소를 다니며 간담회마다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한 발짝 떨어진 채, 탈석탄만 이야기한 것이 부끄러웠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한 기후 대응을 만들자고 말해놓고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었다. 우리가 안전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해놓고는, 누군가의 위험은 내버려두고 있었다.
발전소 폐쇄는 노동자들만의 위험이 아니었다. 단지 발전소에서 일하는 어떤 노동자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를 개인 문제로 떠넘기는 일이었다. 사회가 어떻게 누군가의 삶을 고립시키고 배제하는지, 문제를 만든 이들은 어떻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지를 확인했다.
지금의 발전소 폐쇄는 ‘끝’으로 다뤄질 뿐이다. 전환을 위한 시작이 아닌, 화석연료를 줄이면 끝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줄여야 하는 건 온실가스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폭염과 폭우를 만들어내지만 침수되는 집, 불안정한 고용, 공동체의 해체, 에너지 접근성의 약화, 폭염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환경은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다. 기후위기의 위험과 함께 사회의 위험을 줄여내야 한다.
석탄발전소의 폐쇄가 기후위기의 위험을 줄이는 일로 보이지만, 계획 없는 폐쇄는 위험을 특정한 사람들에게 떠넘길 뿐이다. 노동자, 지역주민, 에너지 빈곤층에게 위험을 떠넘긴 채 안전하다고 한다면 과연 그건 안전한 것일까. 위험은 늘 약한 쪽으로 향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전환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설계하는 문제다. 그 과정이 비어있다면, 그다음 위험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공공의 것을 늘린다는 것은, 사회의 믿을 구석을 늘리는 것이다. 전기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을 지원하려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함이라면, 그 전기를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돈이 없어도, 삶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전기를 쓸 수 있을까.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위기가 개인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우리에게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단지 에너지와 노동의 의제가 아니다. 어떻게 기후위기 대응을 하고, 어떻게 안전을 보장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전환을 향해 나아갈지의 문제이다. 전환은 공공의 것을 늘려야 한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모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 전환만이 기후위기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 전환은 공공재생에너지로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를 배제해도 된다는 위기 앞에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전환은 가능하다고 함께 이야기해줄 사람들이 있어야 우리는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다.
올해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시작된다. 지금이 가장 안전한 전환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 청원으로 그 시작을 만들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끝이 모두의 안전일 수 있도록, 그 시작에 함께해주었으면 좋겠다.
경찰이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 특조위)가 진상규명을 위해 요구한 ‘불송치 사건 수사기록’ 제출을 두 차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법률과 법제처 유권해석 등을 들며 “법적으로 내줄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들은 “경찰이 진실 규명에 협조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이태원특조위가 지난해 9월 ‘불송치 사건 수사기록’ 제출을 요구했으나 지난 4월에서야 “줄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특조위가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더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도 재차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조위는 ‘조사위원회 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료에 대해 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지만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이 거부 이유로 든 ‘법적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불송치 사건 기록의 열람·복사 권한’은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변호인 등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경찰은 지난 4월말 법제처에 의뢰해 유권해석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제처는 경찰에 보낸 ‘특조위가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자료 범위’에 대한 답변에서 이 법 규정을 들고 특조위는 자료제출 요구 권한을 가진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특조위 활동의 근거가 되는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불송치·수사중지 사건 자료 제출 요구권’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점도 들었다. 앞서 여야는 국회에서 이 법을 합의처리하면서 초안에 있던 이 권한을 삭제했다. 이 때문에 특조위 권한이 약해져 제대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기록은 (법적인) 제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 법제처 해석에 따랐다”고 말했다.
경찰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활동에 협조를 거부하면서 특조위의 조사 실효성도 떨어지게 됐다. 경찰은 2023년 1월 이태원참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희근 전 경찰청장 등을 불송치했다. 특조위는 이 불송치 기록을 통해 형사처벌할 내용이 아니더라도 참사와 관련한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한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입법 과정에서 불송치 자료 요구권이 빠졌다고 해서 경찰의 제출 의무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진상 규명의 근본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흥석 전 사회적참사특조위 조사팀장도 “조사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특조위가 판단해야 한다”며 “다른 법과 일부 충돌하는 게 있어도 문제 소지를 해소할 방법을 마련해야지, 모든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견해는 무리하다”고 말했다.
이태원특조위는 이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에 재판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