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당국간 실무협의가 두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조정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품목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던 입장에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활에 기여할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 관세 면제·인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현재 자동차(25%)와 철강(50%)에 적용 중인 품목관세와 관련해 “당초 미국은 상호관세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약속의 범위에 따라 품목관세 또한 협상 여지가 있다고 암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국가별 상호관세(한국 25%)를 제시했다가 기본관세 10%를 제외한 나머지 관세는 유예하고 각국과 협상에 돌입한 바 있다. 미국은 이후 협상 대상을 상호관세로 한정하고 또다른 압박수단인 품목 관세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태도 변화가 일부 감지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에 대해서는 3월12일부터 관세 25%를 부과하다 지난 4일부터 50%로 올렸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는 지난 4월과 5월부터 각각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도체·의약품 분야 품목관세 부과도 예고돼 있다.
한국 통상당국은 그간 품목관세 철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품목관세가 적용되거나 예고된 자동차·철강·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중 상호관세 적용 품목은 566억달러 규모인 반면 품목관세 적용 품목은 677억달러였다.
통상당국은 조선·에너지 등 각종 산업협력 방안을 통해 품목관세 면제 ‘바늘구멍’을 뚫어보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수출액이 전체 대미 수출액의 28%에 달하는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0%로 인하키로 이달 초 잠정합의를 이뤘다가 미국이 입장을 뒤집어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조업 협력 분야를 우리 딜(합의안)의 강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압박 중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사업과 관련해선 “여러가지로 경제성을 검토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통상당국은 또 미국과의 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7월 8일을 넘어서도 실질적인 협상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딜(합의)은 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미국과 재무·통상 ‘2+2 통상협의’를 시작하면서 미국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7월 패키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각국 협상이 지연되고 있고, 한국은 정권교체까지 이뤄져 ‘7월 패키지’는 물리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협상 시한’ 연장과 맞물려 있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으나, 당국 안팎에서는 유예 연장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30일 한·미 관세협상 관련 국내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갖고 농축산업계와 철강·자동차 업계 등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우업계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은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의견을,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 타격이 없도록 해달라”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미국은 현재 한국에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고정밀 지도 반출, 공공 클라우드 해외 사업자 진출 제한 완화 등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있는 거의 모든 사항의 ‘양보’를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미국산 쇠고기 관련 우려에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농축산물 부문의 특혜적 혜택을 보고 있다. 농업 분야의 민감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미국과 협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생태계 약화 우려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완대책을 강구해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한미 관세협상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도 공개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타결이 이뤄져 관세가 낮아지거나 없어질 경우 국내 실질총생산(GDP)이 0.427∼0.75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이미 부과했거나 부과를 예고한 관세를 모두 반영했을 때 한국이 입을 피해를 ‘기준선’으로 삼고 관세협상 성과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더니 상당한 ‘피해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30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별서(성락원)’ 내 송석정에서 불이 나 포클레인이 진화를 위해 건물 지붕 일부를 부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흠 충남지사(사진)는 30일 도청에서 민선 8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기업 265개로부터 35조145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외자유치도 39억달러(약 5조28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재임 기간 중 국가 예산 지원도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에 따르면 김 지사 취임 첫해인 2022년 8조3000억원이던 국비 지원은 2023년 9조1000억원, 지난해 10조2000억원, 올해 11조원으로 늘었다.
김 지사는 각종 미래산업 관련 기관을 유치한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카이스트 모빌리티연구소,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 등 모빌리티 핵심 기관 등을 유치하며 미래 산업 선점 기반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돌봄체계 구축의 성과도 설명했다. 김 지사는 “365일, 24시간 돌봄 어린이집 20개소 문을 열고, 아동돌봄센터 8개소와 마을돌봄터 26개소도 마련해 운영 중”이라며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임신·출산 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100%까지 특별공급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지천댐 건설에 대해선 절차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여론조사 조작은 말도 안 된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모든 전 정부의 정책을 백지화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절차대로 댐 건설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남은 임기 동안 대규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경제산업수도를 표방한 메가시티 모델인 ‘베이밸리’를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내 834만9000㎡(약 253만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착공할 수 있도록 하고, 양복 입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빌딩형 축산단지를 짓겠다”며 “도정 1호 과제인 베이밸리 완성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충남도가 전국 공공기관 최초로 주 4일 출근제를 시행 중이고, 민간 확산을 위해 인센티브 지원도 추진하겠다며 혁신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3년은 도정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며 모든 부분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기간이었다”며 “남은 1년간 현안의 성과를 창출해내고 충남의 50년, 100년을 위해 5대 핵심과제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충북 단양군이 마을 공동체가 직접 귀농·귀촌인을 유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단양군은 지역 8개 읍면 대표 마을운영위원회와 ‘주민주도형 귀농∙귀촌 활성화 시범사업’ 협약을 맺었다고 1일 밝혔다.
지역 주민 등 마을운영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귀농·귀촌인 유치·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양군은 그동안 귀농·귀촌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귀농∙귀촌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문화했다. 마을 내에서 귀농 귀촌인을 대상으로 신규 분담금 부과와 공동시설 이용 제한, 암묵적 차별 등의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도시민의 57.3%가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하고 있지만 이주 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꼽았다.
단양군은 2027년말까지 3년간 32억4000만 원(도비 40%, 군비 60%)의 사업비를 들여 이 사업을 추진한다. 연간 700세대의 귀농·귀촌 가구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귀농·귀촌인 유치에 성공하면 마을운영위원회는 단양군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원금 지급 대상은 다른 시도 ‘동’지역 이상에서 단양군으로 전입한 후 6개월 이상 거주한 귀농∙귀촌 가구다.
지원금액은 가구 인원수에 따라 1인 200만원, 2인 300만원, 3인 400만원, 4인 이상 500만원 등이다.
지원금은 개별 가구에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고 마을 단위로 배정돼 공동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다.
체험농원 운영, 농로·수로 정비, 마을 홈페이지 구축, 전자상거래 기반 조성, 마을환경 개선, 선진지 견학, 경로잔치 등 공동체 복지와 마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마을운영위원회는 지원금 신청부터 집행, 회계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단양군은 마을운영위원회의 운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 1회 이상 회계 점검을 할 계획이다.
단양군이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최근 인구 3만 명 선이 붕괴하는 등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인구 자연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외부 인구 유입 없이는 장기적 존립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단순한 지원금 지급을 넘어서 마을이 스스로 귀농∙귀촌인을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새로운 농촌문화 조성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