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을 지휘할 초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64·5선)은 30일 “검찰청 이름을 바꾸든지 해서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수사·기소권 분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의 당정, 여야 소통을 강조했다.
정 내정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능을 분리하는데 이름을 그대로 쓰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찰청) 해체가 아니다”라며 기능 분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 명칭의 예시로는 ‘기소(공소)검찰청’, ‘중대범죄수사검찰청’ 등을 언급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최우선 과제는 검찰 개혁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 내정자 인선 이유를 밝혔다.
정 내정자는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민주당) 당론이나 대통령 공약에 기본적인 게 있으니, 그에 맞춰 당정협의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안에는 말을 아꼈지만, 민주당에서 기존에 발의한 법안에 담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국가수사위원회(가칭) 신설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개혁은 ‘국민 이익’을 중심에 둬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 내정자는 “검찰 개혁뿐 아니라 모든 개혁은 국민에게 피해가 없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권력기관 정상화라는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이 다시 국민과 약자의 방패라는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따뜻한 법무행정을 구현하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검찰개혁은) 법안(처리)이니 다 야당과 협의해야 하지 않나”라며 개혁안은 ‘여야 협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검찰개혁 실행 시점으로 오는 9월을 꼽으며 ‘신속 추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도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 문제를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공론장 역할을 맡아 충분히 논의한 뒤 관련 입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며 국민적 공감대와 여야 합의처리 필요성을 말했다.
정 내정자는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38년 지기로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린다. 이 대통령은 대선에 처음 도전할 때부터 자신을 지원해준 정 내정자와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며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의 가까운 관계는 야당과의 소통 과정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정 내정자는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이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문제삼을 가능성을 두고 “야당에서 저를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러니까(이 대통령과 가까우니까) 더 대화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 과정에서) 먼지 날 때까지 터는 게 또 야당의 일 아니겠나”라며 “청문회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여한구 방미…통상 현안 논의국산 중간재 수출 확대 통한미국 제조업 부활 기여 전략트럼프 “열흘 내 서한 발송”
상호관세 유예 연장 이뤄지면양국 ‘주고받기 협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7월9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이 향후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얻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새 정부 협상의 첫번째 ‘고비’인데, 전문가들은 “미국과 각국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을 볼 때 연장을 얻어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2~27일 워싱턴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장관 등 미국 정부 인사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고위급으로는 처음 미국을 찾은 여 본부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조선, 군수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한·미가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정부 고위 관계자) 전략으로 미 인사들에게 대응했다. 한·미 공급망이 긴밀히 엮인 만큼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관세 면제·인하 등 예외조치가 미국 제조업 부활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실제로 그간 미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입 확대는 미국 경제에 보탬이 된 측면이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대미 무역수지 확대의 요인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의 한국산 수입 증가분 중 절반은 미국 수요가 자체적으로 늘거나 중국산을 대체한 결과였다.
대미 협상 전략의 ‘큰 그림’이 드러난 가운데 첫번째 고비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와 협상할 수는 없다”며 “열흘 내에 혹은 아마도 그전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히겠다. 일부 국가는 관세를 내야 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노동절(9월1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발언까지 감안하면 트럼프의 발언은 ‘협상 재촉용’으로 보인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재 각국은 상호관세 항소심과 향후 예고된 미국의 반도체, 정보기술(IT) 품목 관세 발표 때문에 협상을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흐름으로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아직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긴박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유예가 연장된 이후에는 한·미 간 ‘주고받기’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 국면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 본부장의 고위급 회담과 통상 실무진 간 3차 한·미 기술협의에서 한국의 비관세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 요구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검역주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 요구에) 농업 부문의 민감한 내용이 있다”며 “(통상 실무진 간) 3차 기술협의를 심도있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고정밀 지도 반출, 국내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해외 사업자 접근 제한 완화,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 완화 등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한·미 관세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를 30일 오전 개최한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상호 간에 균형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지가 협상 성패를 판단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며 “이제 무조건 지연이 아니라 능동적 전략이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내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26조1000억원으로 잠정 책정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해 규모를 늘린 R&D 예산을 올해 8월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30일 제1회 심의회의를 개최하고 ‘2026년도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에 대한 잠정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문회의는 내년 주요 R&D 예산 잠정안을 전년보다 5.1% 증가한 26조1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통상적으로 정부 R&D 예산은 과기정통부 내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민간 전문가들과 마련한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그 뒤 해당 결과를 매년 6월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하지만 올해는 “R&D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잠정안보다 규모를 늘린 R&D 예산을 편성해 오는 8월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고 자문회의는 설명했다. 우선 법정 기한인 이날까지 잠정안을 마련하고, 추후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반영해 R&D 예산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