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심상찮다. 가공식품·외식 등 생활물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물가 안정은 민생의 기본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과 금리 인하 전에 물가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부가 돈을 풀고 소득이 올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걸 명심해야 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올랐다. 두 달 만에 2%대로 올라섰고, 다섯 달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 물가는 4.6% 올라 전체 물가 상승의 2배를 넘어섰다. 외식 물가도 3.1% 뛰었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라면류는 6.9%로 1년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오징어채는 48.7%, 양념소스 21.3%, 초콜릿은 20.4% 폭등했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커피(12.4%), 베이컨(8.1%), 빵(6.4%) 등의 상승폭도 컸고, 치킨·계란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에 62개가 올랐다니 외려 안 오른 품목을 찾기가 어려울 판이다.
가공식품은 환율이 불안하고 수입 원재료 값이 뛰면 기업이 출고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손해 보며 장사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며, 인상하더라도 소비자들 양해를 구해야 한다. 더구나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올 들어 1350원대로 내려왔고, 옥수수·밀·콩 등 해외 곡물 가격도 최근 안정세를 보임에도 가격 인상이 계속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1.3%였던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12월 2.0%, 올해 3월 3.6%로 뛰더니 그 후 3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후 정국이 혼란하고, 물가당국 감시가 약해진 틈을 가격 인상 기회로 삼은 건 아닌가. 전 국민이 마음 졸이고 허리띠 졸라매는 시점에 고통 분담과는 한 발 먼 생활물가 상승세가 우려스럽다.
성장률이 0%대로 급락하고, 수출과 내수가 위축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급랭하고 있다. 경기·소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30조원 추경을 편성하고, 한국은행은 곧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태세다. 이런 조치는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늘려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하고, 농산품을 비롯한 정부 가용 물량을 풀어 수급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16개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출국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수사 준비기간인 지난달 중순 김 여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새롭게 했다. 수사기관이 바뀌면서 특검팀에서 다시 출국금지 여부를 판단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이미 서울중앙지검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해 출국이 막힌 상태였다. 사건을 이첩받은 특검팀이 중앙지검의 조치를 해제하고 새로 신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이날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4명의 특검보가 명태균 게이트, 건진법사 청탁의혹,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및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양평고속도로 및 관저 의혹 등 사건을 분담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소환조사 일정을 살펴보고 있다. 수사대상만 16개라서 되도록 빠르게 소환조사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도 지난달 18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검찰 개혁’을 앞에서 이끌 법무부 장관과 차관, 대통령실 민정수석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균형 개혁’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혀 검찰 개혁 동력을 강하게 걸고, 조직 이해도가 높은 검사 출신 봉욱 민정수석과 이진수 차관이 현실성 있게 이를 추진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다. 개혁 대상인 검찰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인사에 일부 안도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30일 경향신문과 통화한 검찰 안팎의 법조계 인사들은 이 대통령의 법무부 장·차관 및 민정수석 인사를 두고 대체로 합리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정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실세 정치인’을 통해 검찰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 드라이브(동력)를 걸기 위해 정치 경험이 많은 정치인을 둔 게 아닌가 싶다”며 “고심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 내정자의 온건한 성향과 법조인 출신이라는 배경을 들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일선 지검의 A부장검사는 “중도적이고 온건한 분을 내정한 것은 검찰 개혁을 신중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느냐”며 “검찰로서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B차장검사는 “법조인으로서 실무도 알면서 대통령의 의중도 잘 이해할 분을 고른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차관과 민정수석에 검찰에 오래 몸담았던 검사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을 두고는 이 대통령의 ‘균형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앞서 검찰 출신인 오광수 전 민정수석 임명에 여당 내 반발이 있었음에도 이 대통령이 후임 민정수석으로 또 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은 이런 균형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잇따랐다.
A부장검사는 “봉 수석은 검찰 조직을 잘 알고 일 처리가 능숙한 ‘기획통’”이라며 “어떻게 섭외했는지 모르지만 제도를 재설계하기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B차장검사 역시 “(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때 (외부자인) 조국 전 장관을 민정수석에 앉혀 검찰 개혁을 시도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고려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에 수십 년간 몸담았던 봉 수석과 이 차관이 검찰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봉 수석은 2022년 민주당이 주장하던 ‘검수완박’에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진수 차관은 이날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차관은 “수사권 남용이나 편파 수사 논란이 지속 제기되는 등 (검찰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과오가 있었음을 겸허한 자세로 성찰해야 한다”며 “소통과 논의를 통해 국민·언론·검찰 내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