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다음 달 초 자신의 90세 생일을 앞두고 후계자 문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중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티베트 자치구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민족 단결’을 주문했다.
신화통신·중국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30일 시 주석이 최근 티베트자치구 린즈시 바이구 가라촌 주민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냈다며 편지 전문을 게재했다. 시 주석은 “마을의 수입이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을 따르면 행복할 것”이라며 “민족 단결을 굳건히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창조하고 설원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복숭아꽃 마을’이란 브랜드를 빛나게 해 조국의 변방 건설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야생 복숭아밭 풍경으로 유명한 가라촌은 시 주석이 2021년 7월 방문한 이후 복숭아 농업, 복숭아 가공식품 산업 등을 결합한 관광지로 개발됐다. 주민들이 집단으로 소유한 토지, 임야 등을 관광 자원과 시설로 활용해 수익을 나눠 가졌다. 현재 중국 농촌 전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인데 이 마을은 시 주석 방문으로 명성을 얻고 ‘티베트 통합’이란 상징적 의미를 얻으면서 더욱 추진력을 얻었다.
신화통신은 ‘복숭아꽃 경제’ 덕분에 마을의 소득이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마을 지도자에 따르면 지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4만위안(약 754만원)을 넘어섰으며 여러 가구가 새집으로 이사하고 새 차를 샀고, 10명의 아이들이 베이징, 청두, 장쑤성 등지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다.
시 주석의 편지 공개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생활 중인 제14대 달라이 라마 톈진 갸초가 후계자 발표를 예고한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티베트 종교 지도자인 라마들은 다음 달 2일부터 인도 히말라야 산악지역에 모여 종교회의를 연다. 개회식에서 달라이 라마 영상 메시지를 공개할 계획이다. 메시지에 담길 내용은 다음달 6일 90세 생일을 맞는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는 사망 후 어린아이로 환생한다. 이 전통에 따라 14대 달라이 라마는 1937년 두 살 나이에 환생자로 인정돼 1940년 즉위했다. 청의 속령이었던 티베트는 신해혁명 이후 독립 상태였다. 1950년대 국공내전에 승리한 공산군이 진주하면서 중국의 영토가 됐다. 1959년 중국의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가 실패하자 달라이 라마를 비롯해 주요 지도자들은 인도로 망명했다.
신중국 건국 이전부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달라이 라마의 사망은 중국 정부의 티베트 통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문제를 기회로 삼아 티베트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가 티베트 불교 2인자로 인정한 판첸라마 기알첸 노르부를 만났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3월 출간한 자서전에서 “달라이 라마는 자유가 없는 땅에는 환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아닌 자유 세계에 환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지정한 후계자를 거부하라는 메시지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라고 규정하며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문제와 관련해 양면책을 쓰고 있다. ‘복숭아꽃 마을’ 사례처럼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따르면 경제적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분리, 자치, 완전한 종교적 자유 요구에는 강경하게 대응한다. 천원칭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중앙서기처 서기는 지난 13~15일 티베트족이 다수 거주하는 칭하이성을 시찰하며 “민족 분열 행위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박해남 지음휴머니스트 | 384쪽 | 2만4000원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사회적 관점에서 부당하게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국민들을 올림픽이라는 스펙터클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우민화’ 정책으로 설명되어왔다. 이 책은 익숙한 서사를 넘어 서울 올림픽을 거대한 ‘공연’으로, 서울을 ‘극장도시’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저자는 ‘공연론’의 관점으로 한국 사회 형성 과정을 들여다본다. 연출자인 군인들이 무대에 누가 서거나 서지 못하도록 만들었는지,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어떻게 훈련받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들여다보는 대상이 ‘메가 이벤트’인 올림픽이다.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신군부는 ‘세계’에 보기 좋은 무대를 만들어냄으로써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저자는 이를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빗대 ‘공연계약’으로 명명한다. ‘외국인’의 시선이 모일 서울 전체를 스펙터클한 공연 무대로 만들기 위한 대개조에 착수했고, 올림픽 바깥의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며 갈등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올림픽 공식 주거’로서의 최신식 아파트와 빈민의 임대주택이 뒤섞인 도시 경관이라는 계급질서인 셈이다.
메가 이벤트를 통한 공연계약은 1993년 대전 엑스포, 2002년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됐다. 달라진 점은 시민들이 열정적인 거리응원을 마친 뒤 알아서 치우고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태도가 세계의 시선을 깊숙이 내면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선의 가상적 주체가 군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을 뿐, 공연계약에 바탕을 둔 우리 사회의 내면화된 억압과 불평등은 바뀌지 않았다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2024년 겨울부터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혼란이 88년 체제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공연계약을 어떻게 사회계약으로 전환할 것인가, 관객석에 앉아 무대 위의 배우를 평가하는 리바이어던을 어떻게 사회 구성원의 삶의 무대를 지탱하는 리바이어던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등의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후안옌 지음 | 문현선 옮김윌북 | 332쪽 | 1만8800원
대도시의 인파를 보며 생각하곤 한다. 다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어떤 의미가 있는 하루를 보냈을까. 같은 날 같은 공간을 스치지만, 누군가는 별다를 것 없이 보냈을 시간에 다른 이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책 제목이 곧 저자의 대표 이력이다. 그는 베이징(북경)에서 택배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온라인에 글로 써 명성을 얻었지만, 광저우의 물류센터 야간근무자였고, 상하이 자전거 가게의 직원이기도 했다. 저자의 직업 이력만 19개다.
저자는 담담히 자신이 일했던 경험을 풀어낸다. 어떻게든 임금을 적게 주려는 물류회사의 관리자들, 주소를 잘못 적어놓고도 배달사고의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덮어씌우려는 진상 손님들… 그들을 겪으면서도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 “점심을 건너뛰고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 물도 마시지 않은” 저자는 “1분당 0.5위안(약 95원)”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상급자나 동료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내가 처한 환경에 좌지우지됨”을, 주유소에서 일할 때 택시기사와 다투며 “비천한 사람들은 권력에 반항해 봐야 힘만 들기 때문에 다른 비천한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는다. 택배회사가 문을 닫게 돼 빠른 배달에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업무 효율을 상관하지 않자 모든 고객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주었다”며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으면 세상이 화목하고 정겨워질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도 느낀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어떻게든 현실에 맞춰가려 한 저자의 성격 때문에 상황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적지만, 오히려 일상과 닮은 그의 삶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일터에서 만난 이들을 때때로 저주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원한의 무가치함을 깨달았다”며 “일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기 긍정과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2027년부터 지방·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서 각 과목의 출제 문항 수가 20문항에서 25문항으로 늘어난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2일 이런 내용의 ‘2027년도 9급 공채 시험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지난달 개정된 지방공무원임용령 및 공무원임용시험령의 후속 조치다.
개편안에 따르면 9급 시험 필기시험 공통과목이었던 한국사가 국사편찬위원회 주관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한능검) 3급 이상 취득으로 대체되면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통과목과 전문과목 모두 과목당 5문항씩 늘렸다.
행안부는 총 100문항 중 기존 40문항을 차지하던 전문과목도 50문항으로 확대돼 신규 공무원의 행정 전문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 과목을 대체하는 한능검은 별도의 인정 유효 기간이 없어 한 번 3급 이상을 취득하면 시험 전형 활용이 가능하다. 국가공무원 5·7급 공채시험의 경우 2012년과 2021년에 한국사 과목이 한능검으로 대체됐다.
박연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은 “전문과목 중심의 평가를 통해 직무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갖춘 각 지역의 인재들이 공직에 유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