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중계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창비교육, 2020)에 나는 ‘몰라서 좋아요’라는 시를 실었다. 청소년 시기의 나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 보기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을 골라낼 줄 알고 삼각함수 문제를 풀 수도 있었지만, 친구의 의중을 파악하고 말의 속뜻을 알아차리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모르는 목소리/ 모르는 얼굴/ 모르는 맛/ 모르는 감정/ 모르는 내일// 모르는 것투성이이지만/ 내가 모른다는 것만은 알아요// 몰라요/ 몰라서 좋아요”라는 구절에는 ‘모름’을 긍정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애써 믿을 수밖에 없었다.어른이 되면 궁금했던 것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거라 믿었다. 성장하면서 몰랐던 것을 자연히 알게 될 것임은 물론, 언젠가는 삶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이 자신감을 키워주고 상상력을 넓혀줄 거라 믿었다. 어려운 결정도 뚝딱뚝딱 내리고 “몰라서 좋아요”라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