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2012)는 누군가를 부르는 일이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2018)는 그리는 일이었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여유가 생겨 시 안에 이미지도 여럿 쓰고 사건도 많이 만들었다. 슬픔의 길을 지나며 들고나온 신작은 속절없이 자신을 짚어볼 뿐이다.7년 만에 새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창비)로 돌아온 박준 시인(42)을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만났다. 첫번째 시집에서 두번째 시집이 나오기까지 6년, 두번째 시집에서 세번째 시집이 나오기까지 다시 7년이 걸렸다. 과작이라 불릴 만하다.그는 “나에게 시를 쓸 수 있게 하는 힘은 안녕함, 안온함, 혹은 심심한 지루함이다. 이런 감정들 속에서 시든 좋은 것이든 떠올리는데, 그간 극도의 슬픔에 휩싸여 있었다. 이 같은 감정을 대면하기 싫으니 시를 쓰기 힘들었다”며 “결국 대면해야하는 데 생생한 것을 생생한대로...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 생각의힘 | 320쪽 | 1만9800원다르덴 형제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영화 <로제타>(1999)는 10대 소녀 로제타가 공장에서 해고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캠핑카에서 살면서 수도가 끊길 정도로 곤궁하지만, 알코올 중독인 그의 어머니는 술병만 뒤진다. 로제타는 매일 밤 되뇐다. “내 이름은 로제타, 나는 일자리를 찾았어.” 그는 유일한 친구 리케를 배신하고 자리를 빼앗기에 이른다.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절박한 생계에 일자리를 유일한 구원으로 삼은 로제타의 이야기로 서문을 연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고발한 영화는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다르덴 형제의 나라 벨기에는 50명 이상의 민간기업이 고용 인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우게 하는 ‘로제타 플랜’을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벨기에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근로복지공단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전주환에게 구상금을 청구하기로 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공단이 피해자 A씨의 유족에게 지급한 유족급여 등을 전씨가 배상하라는 취지다.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공단이 전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전씨는 2022년 9월14일 오후 9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사 내 화장실에서 입사 동기인 역무원 A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2023년 10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A씨는 신당역을 순찰하던 중 피해를 봤다.전씨는 A씨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면서 협박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를 살해한 다음날이 1심 선고일이었다. 중형이 예상되자 선고 하루 전 범행했다.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중 발생한 사건으로 업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며 A씨의 죽음을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