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사람부터 소, 돼지는 물론 곤충과 개미까지 살기를 바라고 죽기 싫어하는 마음은 다 같은 법이지. 어찌 큰 것만 죽음을 싫어하고 작은 것은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니 개의 죽음과 이의 죽음은 동일한 것이네.” 이규보가 남긴 <슬견설>의 한 대목이다. 요새 학생들에게는 ‘이’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이 필요하긴 하지만, 교과서에 여러 차례 실려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몽둥이로 개를 때려죽이는 잔인한 광경을 목격하고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육류를 먹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사람이 첫머리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 글은 동물권을 강조하거나 채식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에게도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이를 잡아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나도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다짐했다”라고 대꾸하는 화자를 보면 이 작품의 초점이 거기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한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모욕감을 느껴 항변하는 상대를 향...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화학은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30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24년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353곳(금융업 제외) 대상 부채비율 조사 결과, 완전자본잠식을 포함해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기업은 221곳(62.6%)으로 집계됐다.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부채 총액을 자본 총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부채가 자본보다 많으면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데, 증자 등으로 자본이 늘어나 부채비율이 낮아지기도 한다. 안정적인 부채비율은 100% 이하다.조사 대상 기업 중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효성화학이 유일했다. 효성화학은 업황 부진에 따른 적자로 재무 안정화를 위한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재무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자본 총액은 -680억원으로 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