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도 입학하기 전의 일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걷다가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 거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어딘가로 들어갔고, 엄마도 내 손을 잡고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뛰던 엄마가 내 손을 놓쳤다. 겁에 질려 멍하니 서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재빠르게 낚아채더니 어두운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삽시간에 거리가 텅 비었다. 모인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만 아니라면, 진공 속에 들어온 듯 시간이 멈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 빛 속으로 나오니 젊었던 엄마가 울부짖으며 나를 찾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붙잡고 우는 엄마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1984년, 아니면 1985년의 일이다.1981년 9월 ‘88 서울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제5공화국은 올림픽을 열 수 있을 만한 도시로 서울을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웠다....
시민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