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 세계를 단박에 표현해보라 한다면? 심호흡하고 한 획부터 그어야 하지 않을까. 짐승의 얼굴을 다 그릴 수 없고, 나무의 뿌리를 다 들출 수 없다. 해와 달은 참으로 착한 거리만큼 저만치 떨어져 있다. 먼저 옆으로 한 일(一)자 하나 그윽하게 긋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아무 일 없는 듯 그냥 지나갈 리 없는 사월이다. 봄 향기 속의 따끔함. 훈훈한 봄바람 속에 꽃샘추위가 발톱을 숨기고 있다. 어느 건물 엘리베이터에는 4층이 없고 F층이다. 아라비아숫자 4의 발음이 ‘죽을 사’와 같아서 그걸 피하려는 방법이다. 죽음이 그리도 무서운가 보다.죽음을 빼놓고 삶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죽음이 없는데도 된장국이 맛이 있을까. 저 냉철한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이란 자신의 ‘있음’에 대해 유일하게 질문하는 존재라고 하면서 시간의 지름길로 가서 본인의 죽음을 미리 목격할 것을 권한다. 죽음이라는 자명한 사실과 사태를 파악해야 자신의 유한성...
미국이 일본과 진행한 2차 관세 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 관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도 방위비 분담 관련 조건은 언급하지 않았다.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마치고 취재진에게 “양국은 비관세 장벽과 양자 무역 및 경제 안보 협력 확대 등 주제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자세한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환율과 방위비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방위비 문제와 관련해 “관세, 무역 분야와는 다르다. 함께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에선 미국이 엔화 가치 조정, 주일미군 주둔 경비 인상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양측은 오는 2일부터 실무 협의를 시작하고, 이달 중순 이후 3차 장관급 협상을 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주...
외국인보호소에서 사지가 등쪽으로 결박돼 몸이 꺾인 채 방치되는 ‘새우꺾기’ 등 가혹행위를 당한 외국인 피해자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일부 있다”고 판결했다. 이주민을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와 법무부의 관행이 공권력 남용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피해자가 겪은 물리적 폭력과 심리적 고통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1부(노진영·변지영·윤재남 부장판사)는 모로코 국적 나스리 무라드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국가가 1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액 1000만원에 더해 위자료 100만원을 추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추가로 인정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무라드는 2017년 10월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체류 자격 연장 기한을 놓쳐 2021년 3월부터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수차례 가혹행위를 당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