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찾아와 알을 낳고 사라진 한 마리 비둘기. 그 비둘기가 남긴 단 한 개의 알이 이 대통령의 출범식 날 부화하며, 대중에게 ‘퍼스트 피존(First Pigeo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민주당 캠프 구성원들 사이에서 ‘명둘기’라 불리는 이 새는 이제 새로운 정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엄마 비둘기의 방문은 제 21대 대통령 선거 기간인 지난달 민주당 직능본부가 입주한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재휘 민주당 직능본부 총괄선임팀장은 “당시 에어컨이 고장 나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는데, 비둘기 두세 마리가 날아들었다”며 “모두 내보냈지만, 그 사이 한 마리가 의자 위에 조용히 알을 낳고 떠났다”고 그 날을 회상했다.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캠프는 이 알을 단순한 돌발 상황으로 넘기지 않았다. 캠프 구성원들은 유정란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화기를 들여왔고, 알은 캠프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됐다. 이재휘 팀장은 “선거 기간 수많은 사무실...
금강산에 다녀왔다. 장안사와 박연폭포도 둘러보았다. 명산과 사찰, 한양과 시골 풍광까지 그야말로 와유강산(臥遊江山)이었다. 정선 작품이 총망라된 호암미술관의 ‘겸재 정선전’이 성황이다. 디테일을 극대화한 것과 웅건한 것이 번갈아 전시돼 지루할 틈이 없다. 산수는 역시 겸재다.우주의 중심이 겸재를 통해 조선으로 이동했다. 중국 관념산수화가 SF 영화라면, 그의 산수화는 ‘인간극장’이 포함된 한반도 자연 다큐를 연상시킨다. 아련하면서도 박진감 넘치고, 우아하면서도 인간미 넘친다.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공자 말씀대로라면, 겸재는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었을 것이다.작품 속에는 어김없이 소나무가 등장한다. 대표작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는 물론이고 수많은 장소의 배경이 된다. 조선은 소나무의 땅이었다. 편필로 표현한 산수 간의 송림부터, 소나무가 오롯한 주인공이 되어 기운생동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형 작품도 있다. 그가 80세에 그린 ‘노송영지도’는 ...
사라진 정책, 떠오른 혐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양상을 미래세대에게 전달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대로 된 정책 토론이 실종됐다며 대통령 선거를 한탄하는 비평이 비단 어제오늘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이지 심각하다.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 청년, 노인, 여성과 성평등에 관한 정책이 실종됐다는 보도만 가끔 나부낄 뿐이다. 국가 비전 없는 공약집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핏대 올리며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외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불행함을 느낀다.정책의 공백이 만든 틈을 비집고 자리를 튼 건 혐오의 담론들. 지난 대통령 선거 역사마다 후보 검증 과정을 빌미로 짝을 이루어 표방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있었지만, 후보자 능력의 검증이 아니라 유권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대량 살상 목적의 혐오 표현은 이번이 최초인 것 같다.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 차기 대통령 선거에 요구되는 지위의 존엄과 품위는 찾아볼 수 없고 대통령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