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화이트칼라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
작성자 행복이13
“향후 5년 안에 사회 초년생의 화이트칼라 일자리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최근 밝힌 이 예측이 전 미국에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일자리’ 얘기를 할 정도인데, 대표적인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 중 하나인 ‘클로드’를 만드는 CEO의 언급이라 무게감이 실렸다.
중요한 점은 AI가 단순 반복 업무부터 대체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전문직의 핵심 영역을 먼저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는 육체노동이 먼저 기계로 대체됐지만, AI혁명은 정반대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2400명을 해고하고 코드 작성의 50%를 AI에 맡긴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이들은 고도의 전문교육을 받고 높은 연봉을 받던 핵심 인력이었다. IBM의 인사(HR) 부서 직원 AI 대체는 의사결정 업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도 좌불안석이다. 전통적 고소득 전문직 영역에서 AI가 감사와 세무 업무의 90%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수천명의 젊은 인재를 기초 업무에 투입해 수익을 창출하던 피라미드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법률, 의료, 금융 등 다른 전문직 영역에서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루칼라(현장 노동직), 화이트칼라(사무직) 등 기존 직군 분류에 이어 ‘크롬칼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로봇의 크롬색(빛나는 은색)을 따서 로봇을 하나의 직군으로 분류한 것이다.
로봇의 등장으로 ‘경력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이 현실화하자 충격이 크다. 직장인의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링크드인의 임원 아니시 라만은 AI가 커리어 사다리의 가장 아래 단부터 제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는 주니어 직원이 5~10년간 기초 업무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아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굳이 사람을 뽑아서 훈련시킬 필요가 있나?”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신입사원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막히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회 구조적 양극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소수의 기업과 자본가들만이 수익을 독식하는 반면, 다수의 시민은 경제 시스템에서 점점 더 배제되는 현상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아모데이는 구체적인 방향 전환을 제시했다. AI 산업 내부자가 양심적으로 제시하는 경고와 해결책이다.
투명성 확보가 첫 번째다. 정부와 기업은 어떤 직업이 언제 사라질지 솔직히 공개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 도입 계획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사회 전체의 준비 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AI 협업 모델 구축이 두 번째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하며 전 구성원에게 AI 활용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전 국민 AI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했다.
정책결정자의 이해도 제고가 세 번째다. AI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 많은 정치인들이 AI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며 근본적 원인 파악보다 현안에 급급한 ‘대증요법’식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회안전망 재구축이 네 번째다. 초지능 시대에 대비한 직무 재교육, 안전망 강화, 부의 재분배 논의가 시급하다. AI 수익 일부를 재분배하는 ‘토큰세’ 같은 새로운 과세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아모데이는 “지금 가고 있는 길에서 10도만 방향을 틀어도 미래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술 발전 자체를 늦출 수는 없지만, 그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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