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24일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에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이 분절화돼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장관 지명 당시에도 열차를 운행 중이었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그는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비정규직도 아니고 비임금 노동자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내정자는 “분절화된 노동시장을 어떻게 통합시켜낼 것인가라고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성장과 통합이라는 국정 기조에도 상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기업별 노사관계로는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보호 기능이 작동돼야 한다”며 “사회적 보호 기구를 만드는 데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다. ‘대화 자체가 목적’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3자 대화 원칙을 지지한다”며 “끊임 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설득 당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정년 연장 등 노사가 대립하는 현안에 대해 “정년 연장, 주 4.5일제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은 디지털 전환이나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변화, 노동력 감소 등 우리 앞에 닥친 대전환의 위기를 돌파할 유력한 수단”이라면서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어떤 제도나 정책도 당위나 명분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주 4.5일제를 하기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피겠다”며 “노·사·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이익을 찾아나가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론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에 지명됐다. 그는 “저의 출신이 어디인지를 항상 기억하겠지만, 지금은 모든 일하는 시민을 대표해 노동 행정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 생각한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회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가방을 매고 출근했다. 넥타이도 착용하지 않았다. 김 내정자가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중간 금속노조 주얼리분회 소속 노동자가 손팻말을 들고 나타나 “불법 사업장 가득한 주얼리 노동자가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불법 사업장 조사를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질의응답을 마친 뒤 노동청 앞 주얼리분회 농성장을 찾아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했다. 김 부지회장은 “영세 주얼리 사업장 중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곳이 하나도 없다. 문제 삼았더니 폐업하고 도망가기도 했다”며 “노동부에 ‘불법 사업장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자료를 살펴보고 (노동부) 간부들과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해서 토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1992년부터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기관사로 일한 김 내정자는 전날 한국철도공사에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류가 여권 내부에서도 감지되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무석이 24일 국회를 찾아 진화에 나섰다.
우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정책조정회의 자리를 찾아 소속 의원들을 만났다. 약 5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면담은 우 수석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우 수석은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이 어떤 의사를 전달하라고 했는가’라는 물음에 “이번 인사만큼은 통합적으로 가기로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송 장관 인선 취지와 배경을 설명드렸고, 이해를 구한다고 부탁했다”라며 “대통령 공약과 관련한 여러 정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는지 우려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면담에서 양곡관리법 등 ‘농업민생 4법’에 대한 송 장관의 추진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에게 유임 결정 재고를 요청하는 목소리는 면담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참석한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송 장관이 그동안 왜 신뢰를 못 얻었는지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농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만큼 장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농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농해수위 소속인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 정부의 농정은 농민과 직접 대화하고 설득하고 협조해야 하는 일들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며 “그래서 농정의 수장은 농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를 받는 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장관 교체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인사”(전종덕 진보당 의원)라며 유임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12·3 불법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전력 등을 문제 삼았다. 전 의원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진영과 상관없이 탕평 인사가 필요해서 했다. 국무회의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잘하더라”라며 송 장관을 유임한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외교·통일·국방부 장관을 내정하면서 외교·안보 진용의 인선을 마쳤다. 종잡을 수 없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로 안정적인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또 64년 만에 문민 출신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하면서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했다.
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조현 전 주유엔 대사(68)는 1979년 외교부에 들어간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입부 동기다. 조 내정자는 양자·다자 외교와 경제·통상 업무 등을 두루 담당했다.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와 다자외교조정관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2차관과 주유엔 대사를 맡으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내정자를 두고 “관세 협상과 중동 분쟁 등 당면한 현안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내정자는 통화에서 “엄중한 시기라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건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72)은 5선의 중진이다. 2004~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2005년 6월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이 대통령이 2007년 정 내정자의 비서실 부실장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하는 등 이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통일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할 때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당시 NSC 사무차장)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통일부와 국정원이 북한과 각각 공식·비공식 소통 채널을 가동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장관에 내정된 안규백 민주당 의원(64)은 국방 분야에 정통한 인사로 꼽힌다. 5선을 지내는 동안 2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군 내부에서도 안 내정자가 군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애정이 많다고 평가한다.
안 내정자가 취임하면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민간 출신 국방장관이 나오게 된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군의 문민 통제를 강화하는 등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긴 인선으로 해석된다. 안 내정자는 통화에서 “문민 장관으로서 군 개혁 의지는 확고하다”며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군심을 집약시켜서 군의 사기를 올리고 군이 자신감과 생동감,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계엄 이후 군 내부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가보훈부 장관에 내정된 권오을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68)은 경북 안동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출신 인사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강 비서실장은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 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