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소송 낯선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 일상을 떠나 쉼을 얻으려는 여행자들이 누리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강남구 글래드스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거장 살보(본명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국내 첫 개인전은 전시명인 ‘여행’(in Viaggio)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났던 살보는 초창기에는 당대 이탈리아의 미술 사조와 맞게 개념미술과 실험에 천착했으나, 1973년부터 평생 구상회화에 전념해 온 화가다. 이탈리아가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미술계에선 개념미술이 활발했으나, 살보는 오히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게 더 ‘혁명적’일 수 있으리란 생각에 반 고흐 같은 작가를 꿈꿨다고 한다. 선명한 색으로 다양한 풍경을 화면에 묘사했지만, 작품 주제는 시간의 흐름, 기억 등 추상적인 것들과 연결된다.
이번 전시작은 그 중 살보가 생전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여행한 뒤 그린 그림들로 구성됐다. 1988년부터 사망 전까지 제작 연대도 다양하다. 특히 독특한 것은, 화폭에 담긴 여행지의 풍경을 살보가 눈으로 보며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여행하며 눈에 담았던 모습들에 상상을 더해 여행 뒤에 그려낸 것이다.
살보는 1969년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모로코, 그리스, 오만, 티베트, 네팔 등 다양한 여행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영감을 얻은 뒤 그린 그림은 구체적인 구상회화에 가깝다. 다만 실제 눈으로 본 풍경과 차이가 있다. 하늘이 분홍빛, 혹은 밝은 노란빛을 띠며 주로 뚜렷하고 선명한 색으로 묘사됐다. ‘Primavera’(2011) 속의 구름은 거품이나 쿠션 같다.
대개 유화물감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은 밝은 계통의 하늘을 배경으로 두고 다양한 색으로 산과 바다, 나무와 건물 등의 음영을 표현했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직관적이고 편안하다는 느낌마저도 불러일으킨다.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세밀함도 숨어있다. 풍경을 그리면 묘사해야 할 그림자를, 살보는 검은색을 쓰는 대신 다양한 색을 덧칠해가며 만들었다. 그림자가 실제로도 한 가지 색을 띠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림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살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자연이나 건물을 연작으로도 만들었는데, 첨탑을 주된 주제로 삼은 ‘오토마니아(Ottomania)’ 연작이 대표적이다. 전시에서도 지붕이 무너져 기둥만 남은 신전,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등 그림을 여럿 볼 수 있다. 첨탑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신과 종교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살보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나고 주로 작업한 이탈리아의 지중해 풍경도 ‘메디테라네이’라는 연작도 있다. 여행이 적잖았지만 그가 자랐고 작업했던 곳, 가족과 함께했던 곳은 이탈리아였다. 지중해뿐 아니라 독일, 이집트를 여행한 살보는 그림의 영감을 얻는 동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살보의 아내와 딸은 살보재단을 세워 살보가 남겼던 그림을 알리고 있다. 살보재단이 아카이빙한 살보의 그림은 4000여점이고, 그 중 수백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글래드스톤갤러리와 살보재단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란의 대응 효과를 과장하려는 수십 건의 게시물이 쏟아지며 허위정보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BBC 검증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게시물 가운데 일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이란의 군사력을 자랑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직후 상황을 보여주는 조작된 영상이었다. BBC 자체 검증팀이 확인한 가짜 영상 중 조회 수 상위 3개 영상은 여러 플랫폼에서 총 1억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BBC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계정들 또한 온라인에서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로 과거 이란 내 시위와 집회의 영상을 재유포하며, 마치 이란 내에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소스 이미지를 분석하는 한 단체는 온라인상에 퍼진 허위정보의 양을 “놀라울 정도”라고 표현하며, 일부 ‘관심 끌기 농장(engagement farmers)’이 온라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공유하며 이번 분쟁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각종 게임 영상과 AI로 생성된 콘텐츠까지 다양한 허위 정보가 실제 사건인 것처럼 퍼지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허위 정보의 ‘슈퍼 전파자’ 역할을 하며 팔로워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보상을 받는 SNS 계정에 대한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친이란 성향 계정은 불과 6일 사이 팔로워 수가 70만명에서 140만명으로 85%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인다. BBC는 ‘인증 배지’를 달고 있는 이 계정을 실제 기관 계정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가 이 계정들을 운영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BBC 검증팀이 확인한 계정들에서는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이란의 대응을 과장하려는 목적의 AI 생성 이미지가 자주 공유됐다. 그중 한 이미지는 텔아비브 상공에 수십 발의 미사일이 떨어지는 장면을 담고 있으며, 조회 수는 2700만 회에 달한다. 이란 사막에 격추된 전투기를 담았다고 주장하며 온라인에서 널리 확산된 한 이미지는 AI로 조작된 흔적이 뚜렷했다고 검증팀은 전했다. 해당 사진의 전투기 주변에 있는 민간인들의 크기가 인근 차량과 동일했고, 모래에는 낙하 충격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BBC 검증팀이 분석한 허위정보 상당수는 X(구 트위터)에서 퍼졌으며, 이용자들은 게시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주 X의 AI 챗봇 ‘그록(Grok)’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BBC 검증팀은 X측에 문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도 유사한 영상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틱톡은 BBC 검증팀에 보낸 성명을 통해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일으키거나 허위인 콘텐츠를 금지하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과 협력해 허위 콘텐츠를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Meta)는 BBC의 코멘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매튜 파치아니 미국 노트르담대학교의 연구원은 BBC 인터뷰를 통해 분쟁이나 정치처럼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주어질 때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정치적 정체성과 부합하는 콘텐츠를 다시 공유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사회적 성향을 반영하며, 더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콘텐츠일수록 온라인에서 더 빨리 퍼진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