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폰테크 “뮤지컬 제작은 오랜 시간에 걸쳐 행성들이 제자리를 찾아 정렬되듯이 많은 행운과 노력들이 합쳐져야 기회가 오거든요. 늦은 나이에 뉴욕으로 건너간 이민자로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순간을 견디다보니 한국인 극작가로서 처음으로 큰 기회도 얻은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집필한 박천휴 작가(42)는 2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라한 뉴욕 집 식탁 위에 토니상 트로피를 올려두고 아침을 먹었다. 여전히 신기하다”고 했다. 작품이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이유를 두고 “제가 알면 히트작을 계속 쓸 수 있을텐데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작품을 함께 창작한) 윌 (애런슨)과 저는 한 글자 한 단어를 두고도 며칠 동안 싸울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하는 편인데, 그러한 진심이 관객들이 보기에도 납득된 것 같다”고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K-뮤지컬’의 쾌거로 상찬받았다. 박 작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K팝이 대명사가 된 정도로 K-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진 않다”면서도 “다만 관객들이 ‘이 뮤지컬이 한국 뮤지컬이야’라는 얘기를 하고, 배우들이 무대 뒤편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밥 먹었어요’라고 한국어로 묻는데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관객들이 자신들을 ‘헬퍼봇’이라고 부른 것처럼, 미국에서도 ‘반딧불이’라는 팬덤이 생기면서 화제가 됐다. 한국의 ‘회전문’ 관객처럼 미국에서도 재관람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박 작가는 “미국 관객들 역시 (한국 관객들과) 같은 포인트에 웃고, 눈물을 흘린다는게 가장 인상깊었다”며 “미국 관객들은 (주인공인)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확인하거나 첫 키스를 하는 순간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등 물리적 표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란문화재단의 창작지원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어떻게 신진 창작자를 육성할 수 있을 지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박 작가는 “한국을 떠나면 우리나라가 꽤 좋은 나라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한국의 창작지원제도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면서 “다만 한국 창작 뮤지컬 역사가 20~30년 정도로 짧다보니 창작자에 정산이나 로열티와 같은 보상은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애틀란타에서 작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당시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한국도 지방 도시에서 창작자들이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박 작가는 브로드웨이 공연의 성공 비결을 두고 ‘실패할 것으로 예측한 근거’들이 오히려 관객에게 참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명한 원작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 (주인공) 대런 크리스가 많이 알려진 배우이긴 하지만 공연계에서 티켓 파워가 있다기보다는 젊은 배우에 속했는데 그런 부분이 참신하게 다가간 거 같다”며 “또한 ‘미래의 한국에 로봇이 주인공이라고? 그런 거 누가 봐’라고 했는데, 공연이 잘 된 상태에서 생각해보면 되레 그것을 환호해주시는 분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작가는 화제가 됐던 “(작품과 달리) 저는 아직 싱글입니다”라는 수상 소감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소감을 짧고 위트 있게 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준비하는데 문득 짜증이 났다”며 “저희(박천휴와 윌 애런슨)가 커플인줄 아는데 윌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저만 싱글이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와 ‘우리 커플 아니다, 싱글이다’라고 했는데 그렇게 파장이 커질 줄 몰랐다”고 했다.
박 작가는 이전부터 뉴욕과 서울로 오가는 생활 속에서 본인이 느끼는 이방인이란 정체성을 이야기해왔다. 그는 “<어쩌면 해피엔딩>, <고스트 베이커리>, <일 테노레>까지 쓰면서 저는 외로움에 천착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며 “작가로서 그것에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수상 이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축하 인사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일 테노레>의 스토리를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수상 이후 국내에서 발표한 다른 작품들을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아시아 배우 24명이 무대에 올라가는 1930년대 한국 배경의 뮤지컬이 허황된 거 아닐까 생각도 해요. 그런데 (19세기 시암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왕과 나>가 있거든요. 동양인 배우라면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공연 중 하나입니다. <일 테노레>를 링컨센터에 올려서 21세기 <왕과 나>처럼 만드는 게 죽기전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간부 윤모씨와 통일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윤씨의 행보에 대해 ‘개인 일탈’로 규정하며 교단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던 통일교가 윤씨 부부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출교’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건진법사·김건희 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향후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경향신문 취재을 종합하면, 통일교 측은 이날 서울 용산구 통일교 본부에서 윤씨와 윤씨의 부인 이모씨 등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논의했다. 사유는 ‘통일교인으로서 중대한 의무를 위반하고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취지다. 윤씨와 이씨는 이날 징계위에 나오지 않았다. 징계위 결과 윤씨와 이씨는 가장 높은 징계 수위인 ‘출교’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측은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수사기관에 자료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공문 발송 등 징계위 절차가 끝나지 않아서 확정된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씨는 2022년 4~8월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줄 선물로 샤넬 가방 2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캄보디아 ODA 청탁과 유엔 제5사무국 유치, 교육부 장관의 통일교 행사 참석 등을 위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씨는 2023년 5월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샤넬 가방 2개 중 1개를 직접 구매한 인물로 지목돼 있다. 검찰은 윤씨 부부가 통일교 현안에 대한 청탁을 위해 활동을 한 만큼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지도부의 지시 등이 있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이 때문에 통일교 측에선 윤씨 부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개인 일탈’이라고 하면서 윤씨 부부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징계 대상에 오른 윤씨는 통일교 측에 반발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 16일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징계위의 절차와 내용에 대한 소명이나 재조정 없이 징계위를 열고 결정할 경우, 징계결과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동안 접촉하지 않았던 언론에도 입장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검찰 수사가 6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진행 중이고 한 총재에 대한 소환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저의 어떤 행위가 하늘부모님과 천지인참부모님(한 총재)의 위상과 권위를 어떻게 실추했는지 등 정확한 설명을 바란다”고 했다.
윤씨는 이번 의혹이 통일교 지도부와 연결됐단 의혹도 제기했다. 윤씨는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모 천무원 부원장의 횡령·탈세 등의 자료를 서면진술과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나와) 동일한 절차로 징계절차를 진행하라”고 했다. 정 부원장은 한 총재가 원장으로 있는 천무원에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전씨에게 준 것에 대해 “한 총재의 결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이었던 이씨도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본 사건에 있어서 지시받은 바 소임을 다했을 뿐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본 사건’이란 윤씨의 전씨를 통한 김 여사 청탁 의혹 등을 말한다.
이번 사건을 놓고 커지는 통일교 내분 상황은 향후 김건희 특검팀의 주요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씨 부부가 밝힌 내용만 봐도 한 총재 등 통일교 교단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검찰은 한 총재를 출국금지 조치해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