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폰폰테크 존 볼턴을 비롯해 네오콘(신보수주의)이 포진해 있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란 핵 시설 폭격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로 가득 찬 트럼프 2기에서 벌어진 이유는 뭘까. 1기 행정부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있었지만, 2기 행정부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마저 패싱하는 ‘실세’ 마이클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관이 있기 때문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17~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는 동안 이란 공격 계획을 짜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여러 번 무산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이란 고속정 격침 방안을 가져오라는 자신의 지시를 끝내 이행하지 않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그가 나약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사실 누구 못지않은 대이란 강경파로 유명했다. 이란 핵 협상을 진행했던 버락 오바마 정권에선 오히려 그 이유로 중부사령관직에서 경질될 정도였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1983년 이란 연계 테러단체가 레바논에 있는 해병대 막사를 폭파해 미군 231명이 희생된 후 이란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어왔다.
그러나 정말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국방장관에게 ‘이란을 비난하는 것’과 ‘이란과 전쟁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철저히 국방부 내부 보고서에 의거해 전략적 판단을 내린 매티스 전 장관은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더라도, 그것이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적이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적이 (전쟁을 끝낼) 결정권을 갖고 있다.” 매티스 전 장관이 즐겨 썼던 표현이다.
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와 싸우던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자 이에 반발해 직언을 했다가 2018년 조기 경질되고 말았다.
반면 트럼프 2기에는 헤그세스 국방장관마저 뛰어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대하는 ‘실세’ 쿠릴라 중부사령관이 있다. 덩치가 크고 다부진 체격 때문에 ‘고릴라’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쿠릴라 사령관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영국 텔레그래프는 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장 아끼는 장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한 매티스 전 장관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고위 장성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민간인 출신 헤그세스를 장관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한 국방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고위급 군인들이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면 헤그세스는 쉽게 설득됐다”면서 “덩치가 크고 근육질인 쿠릴라는 헤그세스와 트럼프가 그리는 강인한 장군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쿠릴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매우 능숙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실제 헤그세스는 중동에 전략자산을 증강해 달라는 쿠릴라의 요청을 한 번도 거부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막상 이란과 전쟁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부닥치자 방송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을 건너뛰고 쿠릴라 사령관과 직접 소통하면서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려면 미국의 전략자산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댄 케인 합참의장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부사령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쿠릴라가 이 때문에 더 대담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의 전 수석 고문인 댄 콜드웰은 팟캐스트 ‘브레이킹 포인트’에서 “쿠릴라 사령관은 중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다른 작전들만큼 큰 비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중순쯤 은퇴 예정인 쿠릴라가 그 전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내버스 배차 간격을 지키지 못하면 시말서를 쓰는 등 업무상 스트레스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는데도 ‘개인적 문제’라며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윤강열)는 지난 12일 서울의 한 시내버스 업체 소속 기사였던 구자연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구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운행업무 평가 결과의 실명 공개, 시말서 징구로 인한 원고의 적응장애를 버스 운행사원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업무지시에 대한 개인의 스트레스 문제라고 한정하거나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8년부터 버스 기사로 일한 구씨는 2018년 A사에 입사했다. 회사는 2021년 11월부터 매월 버스정보안내 단말기 데이터를 게시판에 실명으로 공개했다. ‘배차 정시성’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들은 사무실로 불러 시말서를 쓰게 했다. 서울시는 2021년 7월 시내버스 회사 평가 항목 중 배차 정시성 기준을 강화하고, 매년 65개 회사 중 상위 40곳에 성과이윤을 차등지급했다.
구씨는 위험하게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노선의 신호 체계와 주기를 알기 때문에 배차 시간에 쫓기면 무리하게 액셀을 밟아서라도 갔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구씨는 2022년 5월 서울시청 앞에서 시내버스 정시성 평가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구씨는 2021년 11월8일과 12월20일, 2022년 2월8일과 3월25일 네 차례 정시 배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썼다. ‘정시 배차를 맞추다가 사고 날 뻔했다’고 항의하다 노무차장에게 “버스 기사 자격이 없다” “형편없는 사람이다” “인간 같지도 않다”는 폭언을 들었다. 구씨는 2022년 4월부터 불면증, 적응장애 치료를 받았다. 그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발병에는 업무적 요인보다 개인적 요인이 더 영향을 줬다”며 거부했다. 회사는 그해 8월 구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질책을 들으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적응장애가 발생해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법원은 “배차 정시성 준수가 교통상황이나 다른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버스 운행사원의 개인적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노무차장 발언도 “통상의 정도를 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상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중교통은 승객과 시민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버스 운행사원에 대해 교통체증, 난폭운전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운행 업무와 관련한 배차 정시성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공공서비스 제공자인 운행사원에 대해 충분한 협의와 실질적 숙의를 거친 합리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씨는 현재 부동산 중개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겪은 뒤로 운전을 하는 건 트라우마가 됐다. 그래도 구씨는 “동료들의 처우가 개선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사와 복직 가능 여부를 다퉈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6·3 대선 때 ‘자손군(자유손가락군대) 댓글 공작’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 관련 단체 ‘중앙고 애국동지회’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서울서부지법 폭력·난동사태 가담자 약 50명에게 영치금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 측은 후원금 외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책 <독립정신>도 보냈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고 애국동지회는 지난 1월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약 50명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중앙고 애국동지회 사무총장 A씨는 통화에서 “음료숫값 할 정도의 금액이지만 최근까지도 영치금 명목으로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후원을 받은 재소자 중 일부는 리박스쿨 사무실로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서부지법 앞에서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대하는 집회를 할 때 우리(중앙고 애국동지회) 회원들도 많이 동참했다”며 “젊은 사람들이 안에 갇혀서 얼마나 고통스럽겠냐. 내가 듣기로는 그냥 거기(서부지법)에 진입하기만 했지 특별히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화장실 가려고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중앙고 애국동지회와 함께 재소자들에게 후원하고 있는 단체가 다수라고도 전했다.
중앙고 애국동지회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결성된 극우단체다. 회장 노모씨는 리박스쿨에서 진행한 역사교육, 체험활동 등에 동참해왔다. 노씨는 고영주 자유민주당 대표(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에서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중앙고 애국동지회는 지난해 11월 <애국시민단체 ‘오.이.박.사’ (오직!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님만을 사랑하며 애국하는 단체) 제200회 집회 기념 세미나>에 협력 단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앙고 애국동지회는 서울 종로구 소재의 리박스쿨 사무실을 주소지로 두고 있다. A씨는 “우리가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와 동지 관계에 있고 오랜 친분이 있기 때문에 명함 새기는 데 주소를 활용한 것”이라며 “실제로 사무실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리박스쿨 행사에 금전적 후원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조금씩 협찬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