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대학생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문명 체계를 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계획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국정기획위원회와 상의하겠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후보 지명 이튿날인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내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탄소 문명을 탈탄소 문명, 녹색 문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새로운 문명에서는 대한민국이 중심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토대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의 역할은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라고 말했다. 그는 “장차 기후에너지부가 해야 될 역할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더는 화석연료에 의지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짜는 일”이라며 “인센티브와 보조금 등 여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보조적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이슈가 매우 강해졌고, 그 이슈(안전 문제)는 여전히 살아있지만 지금은 탄소 과잉으로 인한 기후 위기가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한국도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기왕 만들어진 원전을 일종의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빠른 속도로 탈석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요금이 오를 것이란 접근이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 발전비용(LCOE)이 가장 싼 게 풍력과 태양광이다. 빠르게 다량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고비를 함께 넘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석탄발전소나 천연가스(LNG) 발전소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고려하면 발전 비용이 매우 비싸다”며 “원전도 사용 후 핵연료 영구 보관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민간이나 공공이나 관계 없이 모두 발전 사업자이자 소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관해서는 “당연히 후퇴할 수 없고 얼마나 전진할 수 있을까가 핵심”이라며 “지난 3년간 재생에너지가 축소되고 후퇴했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만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 195개 당사국은 5년마다 NDC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제출 기한인 지난 2월10일을 넘겼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구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는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위원회, 전문가들과 상의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편 방향을 잡겠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22일 한·일의 대륙붕 ‘제7광구’ 공동개발과 관련한 협정을 즉각 종료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일 간 우호적인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일 중 어느 한쪽은 이날부터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 협정)의 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 그간 일본은 한국과 달리 협정의 종료를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JDZ 협정의 종료 통보 여부를 두고 “(일본 정부는) 최종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충분히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협정 존속을 요구하는 상황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한 점,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점 등을 고려해 즉각적인 종료 통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일은 석유 등 천연자원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대륙붕 제7광구(8만2557㎢)를 공동개발하기 위해 1974년 1월30일 JDZ 협정을 체결했고, 협정은 1978년 6월22일 발효됐다. 제7광구는 한·일이 주장하는 대륙붕이 중첩되는 곳이다. 협정은 기본적으로 50년(2028년 6월)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50년 만료 때나 그 이후에 협정을 종료하길 바라면, 3년 전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이날부터 종료 통보가 가능한 것이다.
애초 JDZ 협정 체결 당시에는 국제법 판례에 따라 한국이 제7광구에서 일본보다 더 많은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5년 이후 대륙붕의 관할권 기준과 관련한 국제법 판례 추세가 바뀌면서, 일본 측이 유리하게 됐다. 일본이 협정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겉으론 경제성을 이유로 들지만, 속내는 이런 판례 변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은 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공동개발 문제 논의를 위한 실무급 공동위원회를 39년 만에 개최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협정이 종료되더라도 일본이 한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제7광구를 개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7광구는 ‘경계 미획정 수역’이 되면서 한·일이 경계 확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과 판례에 따라 경계 미획정 수역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석유 시추 등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협정이 종료되면 한·일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한국과 관계 유지를 위해 협정을 쉽게 종료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제7광구 개발에 손을 뻗는 등 동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 행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도 제7광구의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도 JDZ 협정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존 볼턴을 비롯해 네오콘(신보수주의)이 포진해 있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란 핵 시설 폭격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로 가득 찬 트럼프 2기에서 벌어진 이유는 뭘까. 1기 행정부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있었지만, 2기 행정부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마저 패싱하는 ‘실세’ 마이클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관이 있기 때문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17~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는 동안 이란 공격 계획을 짜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여러 번 무산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이란 고속정 격침 방안을 가져오라는 자신의 지시를 끝내 이행하지 않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그가 나약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사실 누구 못지않은 대이란 강경파로 유명했다. 이란 핵 협상을 진행했던 버락 오바마 정권에선 오히려 그 이유로 중부사령관직에서 경질될 정도였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1983년 이란 연계 테러단체가 레바논에 있는 해병대 막사를 폭파해 미군 231명이 희생된 후 이란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어왔다.
그러나 정말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국방장관에게 ‘이란을 비난하는 것’과 ‘이란과 전쟁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철저히 국방부 내부 보고서에 의거해 전략적 판단을 내린 매티스 전 장관은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더라도, 그것이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적이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적이 (전쟁을 끝낼) 결정권을 갖고 있다.” 매티스 전 장관이 즐겨 썼던 표현이다.
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와 싸우던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자 이에 반발해 직언을 했다가 2018년 조기 경질되고 말았다.
반면 트럼프 2기에는 헤그세스 국방장관마저 뛰어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대하는 ‘실세’ 쿠릴라 중부사령관이 있다. 덩치가 크고 다부진 체격 때문에 ‘고릴라’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쿠릴라 사령관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영국 텔레그래프는 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장 아끼는 장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한 매티스 전 장관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고위 장성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민간인 출신 헤그세스를 장관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한 국방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고위급 군인들이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면 헤그세스는 쉽게 설득됐다”면서 “덩치가 크고 근육질인 쿠릴라는 헤그세스와 트럼프가 그리는 강인한 장군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쿠릴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매우 능숙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실제 헤그세스는 중동에 전략자산을 증강해 달라는 쿠릴라의 요청을 한 번도 거부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막상 이란과 전쟁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부닥치자 방송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을 건너뛰고 쿠릴라 사령관과 직접 소통하면서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려면 미국의 전략자산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댄 케인 합참의장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부사령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쿠릴라가 이 때문에 더 대담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의 전 수석 고문인 댄 콜드웰은 팟캐스트 ‘브레이킹 포인트’에서 “쿠릴라 사령관은 중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다른 작전들만큼 큰 비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중순쯤 은퇴 예정인 쿠릴라가 그 전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