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설치현금 이례적으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양곡법 개정안 외에도 그동안 반대해온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한우법 등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에선 ‘180도 다른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농식품부는 기존 발의된 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송 장관 유임을 반대해 향후 농정 추진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2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농업 4법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이다. 농업 4법은 지난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송 장관은 “농업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고 발언해 농민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법안의 취지에는 다 동의하고 있다. 다만 법안에 극단적인 부분들이 있어 이런 지점을 조정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도 기존 법안의 부작용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만들라는 것이 장관 유임에 담긴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되자 “국정 철학에 맞춰 생각을 바꿔야 하지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정부의 수급 대책을 이행한 농가 등에 한해 ‘조건부’로 가격안정제를 운용하는 방식의 대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매입하는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매입하는 식의 절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농식품부는 보험료율 산정 시 할증을 없애는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두고는 천재지변 등 농가 책임이 없는 경우에만 할증요율을 완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할증 전면 폐지 대신 내용을 세분화해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재해복구비 지원 단가를 생산비 전액 수준으로 확대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도 시행을 전제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밖에 송 장관이 지난해 다른 축산농가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건의한 ‘한우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관전 포인트다. 한우농가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 등을 담은 한우법은 전날 여야 합의로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했다.
농민들은 그러나 송 장관 유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절충안이 힘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장관의 유임은 내란농정의 연장”이라며 “유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남태령 정신’ 계승을 뒤집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트랙터를 몰아 투쟁의 광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호흡하는 것만으로 숨가쁜 시대다. 자고 일어나면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의 속도는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한 번의 실수만으로 벼랑 끝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이 공포를 희망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 한국 사회는 다가올 AI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의 오전 세션 ‘숨가쁜 변화, 문명사적 대전환’의 마지막 순서는 이 질문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전문가들의 대답이 될 듯하다.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과 샹바오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 연구소장,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AI가 불러올 인간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준비에 관해 다각도의 의견을 나눴다. 토론자들은 AI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인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좌담 진행은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AI 기술이 견제받지 않은 채 발전한 10년 뒤 인간 사회 모습을 예측해달라는 질문에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격차’를 꼽았다.
이 총장은 “디지털 격차에 이어 ‘AI 디바이드(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노년층이 식당 등에서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소외되고 있는 것처럼 AI 활용 여부에 따라 경제·사회적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프 센터장은 AI가 인간의 탐욕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그렸다. 그는 “아무리 강력한 AI가 나와도 걱정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문제”라며 “권력이 특정 국가나 인물에게 치중돼 전력이나 데이터, 수자원 같은 중요한 자원의 배분을 마음대로 분배하는 상황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샹 소장 역시 ‘힘의 쏠림’을 가장 우려했다. 소수의 엘리트가 AI의 혜택을 독점하는 시나리오다. 국방과 부의 측면에서 벌어질 격차를 그는 특히 우려했다. 샹 소장은 “경향포럼은 무척 좋은 취지의 행사지만 극히 일부만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며 “농민이나 택시 기사에게 AI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들의 삶을 AI가 어떻게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샹 소장은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 ‘지루함’이 AI 시대의 문제로 등장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AI가 극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인간은 일상의 작은 경이로움이나 놀라움마저 빼앗기고 삶의 의미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따분해진다는 것은 심오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잃어도 마지막까지 붙잡아야 하는 것은 감정입니다. 이것을 빼앗긴 세상은 꽤 무서울 겁니다. 이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토론자들은 AI가 불러올 변화의 파도가 높은 만큼 비판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샹 소장은 “퇴장(출구)을 위한 기회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에 등장한 다른 기술과 비교해 AI는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음’이 더 문제라고 본다. 포용성이 높고 일상에 침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이 AI의 위험성과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을 인지하고 사용을 거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네프 센터장은 “지금은 가장 큰 목소리만 듣고 AI를 설계하고 있다”며 “세계 각지에서 내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녹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 개발이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공룡의 주도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 협력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네프 센터장은 “빅테크, 그중에서도 미국의 대기업들은 ‘AI 기술은 너무 복잡해서 당신들은 이해하기 힘들 테니 우리를 규제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 과학 기술을 이해하고, AI 발전이 인류 번영과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인문·사회학의 역할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AI는 흔히 기술과 공학의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전통적 인문·사회학이 줄 수 있는 도움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이 총장은 “인간의 본성이나 인류의 발전 방향 등을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문학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이 총장 취임 이듬해인 2022년 기존에 있던 인문사회과학부를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로 확대하고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바 있다. 인간과 사회, 예술 분야에 대한 디지털 분석 역량을 갖춘 인문융합공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 총장은 인문학과 공학의 ‘융합’에 방점을 찍었다. “인문학만 공부해서는 부가가치가 너무 적습니다. AI 개발자가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메타나 오픈AI 같은 기업이 나서줄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인 이정동 교수도 극작술을 연구하는 ‘드라마 터그’를 예로 들며 공감을 표했다. 드라마 터그는 하나의 연극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문학적·예술적 조언을 하는 연극 전문가로 일종의 ‘레드팀’(취약점을 발견, 지적하는 조직)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터그는 보통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작진에게 환영받진 못한다. 하지만 터그가 훌륭하면 결과물이 훌륭하다”며 AI에 있어서도 인문·사회학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다가올 AI 시대를 어떻게 맞아야 할까. 이 총장은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향후 몇 년간 AI를 어떻게 하는지가 후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한국이 과거 디지털 전환 성공으로 번영을 이룬 것처럼 AI 전환(AX)에도 성공하려면 교육 확대를 통해 AI 관련 인력을 2~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는 제조업 관련 자원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놀라운 한국 경제 역사와 그 강점을 바탕으로 제조업 시스템을 AI를 통해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샹 소장은 지난해 12·3 불법계엄 당시 거리로 나선 시민 수백만명의 이야기를 꺼냈다.
“계엄령이 내려진 그날 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그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하나되는 힘을 보여줬는데, 이건 세상의 많은 나라가 이미 잃어버린 것입니다. 불법계엄을 막은 뛰어나고 역동적인 법치에도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앞의 두 층위는 개개인의 삶이 뒷받침돼야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가 내 삶을 주도하고 있고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감각 같은 것들 말이죠. 이것들은 공식적인 인프라만큼이나 중요한 비공식적 인프라이고 사회 에너지를 생산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