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상위노출 1854년 북미 원주민의 한 부족을 이끌던 시애틀 추장이 백인 지사 앞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원주민이 대대손손 살아온 영토를 팔고 보호구역으로 옮겨가라는 미국 정부의 통첩에 대한 답변이었다(연설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에게 추장이 보낸 편지라는 설도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나는 초원에서 썩어가는 수천 마리의 들소를 보았다. 백인이 달리는 기차에서 총으로 쏴 죽이고 그냥 내버려둔 것이었다… 우리는 안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함을. 마치 핏줄이 한 가족을 묶어주듯이 세상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지 않았다. 인간은 그 안의 한 가닥 실에 불과하다. 인간이 그물에 무슨 짓을 저지르든, 이는 자신에게 저지르는 짓이다.”
이 담화는 원래 옛날에는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공생했다는 대중적 믿음과 부합한다. 서구의 물질문명이 탐욕을 부추기는 바람에 작금의 환경 위기가 불거졌다는 깨달음을 작은 전통 부족의 지도자가 한 말에서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담화는 단점이 하나 있다. 완전히 허구다.
시애틀 추장이 실제로 연설을 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연설을 기록했다는 추정 판본이 수십 가지나 되지만, 딱히 믿을 만한 판본은 하나도 없다. 위의 인용문, 즉 오늘날 환경운동가와 종교인에게 널리 사랑받으며 동화책이나 논술 문제로도 자주 나오는 판본은 1971년에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테드 페리가 TV에 방영될 자연 다큐멘터리의 대본으로 쓰려고 기존 판본을 거의 창작 수준으로 뜯어고친 글이다.
페리의 판본이 시애틀 추장과 상관 없음은 들소 학살이 나오는 문장만 봐도 알 수 있다. 1854년 시애틀이 살았던 퓨젓사운드 지역에는 들소가 살지 않았다. 게다가 대륙횡단철도는 1869년에야 완공됐다. 백인의 들소 학살은 1870년대부터 시작했다. 1866년에 사망한 시애틀이 자신이 죽고 나서 벌어졌을 일을 목격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판본에는 백인이 원주민의 땅을 사들여 지은 도시가 시끄럽고 황량하다고 시애틀이 개탄하는 구절이 나온다. 백인에게 땅을 팔지, 말지를 정하는 회담장에서 이런 내용이 불쑥 끼어들 수는 없다.
페리의 현대적 판본을 비롯해 모든 판본의 시초는 1887년에 시인인 헨리 스미스가 작은 지역 신문에 실은 기사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미스의 원조 판본도 상당히 미심쩍다. 스미스는 회담 현장에서 즉석 통역된 내용을 자신이 받아 적었다가 30여년(!)이 지난 후에 출간했다고 주장했다. 시애틀이 자기 부족의 언어로 한 연설은 ‘치누크 자곤’어를 거쳐 다시 영어로 옮겨졌다. 치누크 자곤은 고작 300단어를 지닌 약식 언어다. 표현할 수 있는 폭이 극히 좁다. 반면 스미스의 판본은 빅토리아풍의 화려한 문체를 뽐낸다. 스미스 판본에는 시애틀보다 스미스의 생각이 더 녹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최초의 스미스 판본에서 시애틀은 무슨 말을 했을까? 놀랍게도, 생태주의자의 면모는 전혀 찾을 수 없다. 현대적 판본과 딴판이다. 시애틀은 땅을 구매하고 보호구역까지 챙겨주겠다는 ‘위대한 백인 추장’(조지 워싱턴)의 호의를 칭송한다. “워싱턴은 이제 당신들뿐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시애틀 추장,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22쪽, 2015) 다만 백인에게 땅을 판 다음에도 조상들이 묻힌 무덤을 계속 방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조상들이 묻힌 땅이 신성할 뿐이다. 지구의 땅 전체가 신성하다는 말이 아니다. 대지 일반이 미국 원주민에겐 신성하다는 낭만적인 관념은 훗날 페리의 창작물이다.
사실 시애틀 추장은 백인의 원주민에 대한 기대와 편견을 고스란히 반영한 인물이었다. 슬프지만 역사의 대세를 기품 있게 받아들이는 지도자 말이다. 1830년에 일찌감치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백인에게 항상 우호적이었다. 원주민 폭동이 일어나자, 백인 편에 섰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환경을 보전하기보다는 환경에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꺼내어 쓰도록 진화했다. 환경 위기를 극복하려면, 진화한 인간 본성을 거스르기보다는 이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간은 본래 자연과 공생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발상은 낭만 섞인 희망 사항이다.
사라지지 않은 충돌 여지·이란 핵 개발 등 ‘불씨’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일(현지시간) 동의하면서 지난 13일 이후 12일간 2000명 이상 사상자를 낸 양국의 교전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 합의 후에도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아 살얼음판이 계속되고 있다. 휴전 준수 여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여부 등에 따라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제발 그것을 위반하지 말라”고 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휴전안에 동의했다. 이스라엘은 핵과 탄도미사일이라는 즉각적이고 실존적인 위협 두 가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하고 ‘일어서는 사자’ 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국영 프레스TV가 “휴전이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 동안 휴전해 24시간이 지나면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확인하는 방식의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휴전 기간에 대해 “무기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확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휴전 합의로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충돌은 일단 봉합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계획을 공개하기 전 이란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는데, 공격 계획을 미국에 미리 알린 ‘약속대련’이었다. 확전을 피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던 것에 대해 이란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제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휴전 성사를 놓고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타격하며 이란을 몰아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 효과를 거둔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J D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재설정(리셋) 버튼을 눌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 상대의 공격 중단을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한쪽이라도 공격을 재개하면 이를 빌미로 충돌이 재발할 여지가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휴전 합의 후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강력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라는 근본적인 갈등 요인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군이 타격한 이란 핵시설이 실제로 얼마나 파괴됐는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휴전이 이란 핵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도 불분명하다. 이란이 오히려 핵 개발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