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이용전확인사항 하루 종일 쌓인 긴장과 피로가 퇴근길에 한꺼번에 몰려온다. 회사에서 벗어나니 그제야 업무와 스트레스로 짓눌린 어깨가 축 처진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뿐 어느덧 정든 단골집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선다. 낯익은 주인장을 보는 순간, 집에서 기다릴 아내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하루의 고단함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언제부턴가 삶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단골집과 주인장. 그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편안함과 특별함을 안겨준다. 그곳에 가면 어쩐지 덩달아 마음도 편안해진다. ‘단골’이라는 말에는 흥미로운 유래가 숨어 있다. 아주 먼 옛날, 굿을 주관하던 무당을 ‘당골’이라 불렀으며, 늘 같은 무당을 찾아가는 이들을 ‘당골손님’이라 했다. 시간이 흐르며 ‘당골손님’은 단골손님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단골은 특정 서비스나 브랜드를 꾸준히 선택하고 신뢰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구독이나 멤버십과도 닮았다.
‘주인장’이라는 호칭 또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주인’이라는 단어에 어른을 뜻하는 높임과 친근함을 더하는 ‘장(丈)’이 붙어, 단순히 가게 주인을 넘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며 손님들과 깊은 인연을 쌓아온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도 여전히 동네 한쪽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단골집과 주인장들이 있다. 그곳은 추억과 정이 머무는 특별한 장소로 남아 있다. 아마 각자에게도 한두 곳쯤은 떠오르는 단골집이 있을 법하다.
주인장과 나누던 짧은 인사, 친근한 웃음, 소소한 정이 오늘도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현대사회에서 단골집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은 아쉽게 느껴진다. 오히려 이 공간과 주인장이 주는 따뜻함과 신뢰, 우리말에 담긴 정서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단골과 주인장 같은 우리말에는 오랜 시간 쌓인 정과 따뜻함은 물론 사람 사이의 깊은 신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공간과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 일상을 떠나 쉼을 얻으려는 여행자들이 누리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강남구 글래드스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거장 살보(본명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국내 첫 개인전은 전시명인 ‘여행’(in Viaggio)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났던 살보는 초창기에는 당대 이탈리아의 미술 사조와 맞게 개념미술과 실험에 천착했으나, 1973년부터 평생 구상회화에 전념해 온 화가다. 이탈리아가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미술계에선 개념미술이 활발했으나, 살보는 오히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게 더 ‘혁명적’일 수 있으리란 생각에 반 고흐 같은 작가를 꿈꿨다고 한다. 선명한 색으로 다양한 풍경을 화면에 묘사했지만, 작품 주제는 시간의 흐름, 기억 등 추상적인 것들과 연결된다.
이번 전시작은 그 중 살보가 생전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여행한 뒤 그린 그림들로 구성됐다. 1988년부터 사망 전까지 제작 연대도 다양하다. 특히 독특한 것은, 화폭에 담긴 여행지의 풍경을 살보가 눈으로 보며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여행하며 눈에 담았던 모습들에 상상을 더해 여행 뒤에 그려낸 것이다.
살보는 1969년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모로코, 그리스, 오만, 티베트, 네팔 등 다양한 여행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영감을 얻은 뒤 그린 그림은 구체적인 구상회화에 가깝다. 다만 실제 눈으로 본 풍경과 차이가 있다. 하늘이 분홍빛, 혹은 밝은 노란빛을 띠며 주로 뚜렷하고 선명한 색으로 묘사됐다. ‘Primavera’(2011) 속의 구름은 거품이나 쿠션 같다.
대개 유화물감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은 밝은 계통의 하늘을 배경으로 두고 다양한 색으로 산과 바다, 나무와 건물 등의 음영을 표현했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직관적이고 편안하다는 느낌마저도 불러일으킨다.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세밀함도 숨어있다. 풍경을 그리면 묘사해야 할 그림자를, 살보는 검은색을 쓰는 대신 다양한 색을 덧칠해가며 만들었다. 그림자가 실제로도 한 가지 색을 띠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림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살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자연이나 건물을 연작으로도 만들었는데, 첨탑을 주된 주제로 삼은 ‘오토마니아(Ottomania)’ 연작이 대표적이다. 전시에서도 지붕이 무너져 기둥만 남은 신전,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등 그림을 여럿 볼 수 있다. 첨탑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신과 종교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살보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나고 주로 작업한 이탈리아의 지중해 풍경도 ‘메디테라네이’라는 연작도 있다. 여행이 적잖았지만 그가 자랐고 작업했던 곳, 가족과 함께했던 곳은 이탈리아였다. 지중해뿐 아니라 독일, 이집트를 여행한 살보는 그림의 영감을 얻는 동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살보의 아내와 딸은 살보재단을 세워 살보가 남겼던 그림을 알리고 있다. 살보재단이 아카이빙한 살보의 그림은 4000여점이고, 그 중 수백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글래드스톤갤러리와 살보재단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특허청 ◇과장급 신규 임용 △특허심판원 심판장 민정임
■세계일보 △광고국 부국장 김재호 △기획국 기획팀장 안수용 △〃 비서팀장 서화연 △독자서비스국 수도권팀장 김범재
■NH투자증권 ◇신규 선임(부장) △컴플라이언스부 이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