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새 결심을 하는 마음으로 유언장을 업데이트한다. 가끔 사전 장례식에 틀 노래라든가, 장례를 맡길 사람이 수정되곤 하지만 수목장이 바뀐 적은 없다. 내 살들로 나무를 먹일 수 있다니 내 살이 이처럼 좋아 보인 적은 정녕 없었다. 몽골에서는 ‘하늘 장례’라고 죽은 사람의 몸을 독수리 먹이로 내주는 장례도 있었다. 반대로 머리카락 한 올조차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화장도 꺼린다. 하지만 본래 한국의 전통 장례는 출상 후 1~3년 동안 나무판자 위에 관을 올려놓고 이엉을 덮어두고서 살이 썩으면 뼈만 추려 매장하는 복장제(復葬制)였다. 미생물이 살코기를 발라내도록 시간을 준 것이다. ‘뼈대 있는 집안’이나 ‘뼈도 못 추린다’는 유구한 표현은 뼈만 묻는 전통 장례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미세 플라스틱이 박혀 있는 몸일망정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행위는 전통 장례의 계승이자 궁극의 자원순환이라 할 수 있다.
화장은 굳이 750~1100도의 에너지를 써서 먹이를 태운 후 고탄소를 배출하고, 매장은 굳이 숲과 나무를 베어내면서 땅을 차지하고 두꺼운 관을 만들어 시신이 썩지 않게 한다. 모든 생명체는 분해돼 서로서로 먹이는 존재가 된다. 인간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썩어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벗어나고자 한다. 인간은 자연의 먹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유일한 동물이며, 동물임을 잊은 인간은 자신의 멸종을 재촉하는 지경에 처했다.
나는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든다. 표면에 미생물이 달라붙어 빠르게 먹어 치우게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음식물 쓰레기를 잘라 액비통에 넣는다. 2~3주 동안 액비를 따로 빼낸 후 거름망 위에 죽처럼 남은 건더기를 톱밥과 흙에 섞어두면 퇴비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오랫동안 흙에 두면 어련히 썩기 망정이지만 도시에서는 땅과 시간이 부족하므로 이렇게 ‘조리’가 필요한 법이다.
시신 처리에도 땅과 시간이 부족하므로 다양한 ‘조리법’이 생겨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3년부터 시신을 알칼리성 물질에 넣고 열을 가해 물로 분해하는 수분해장을 적용 중이다. 뼈와 인공 보철물만 남고 시신은 물이 되어 하수도를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퇴비장이 시행 중인데, 시신에 버섯 포자 수의를 입히고 관에 짚, 나뭇가지, 미생물 등을 함께 넣어 퇴비화한다. 기존 장례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확 줄어든다. 고인의 퇴비화 공원은 비의도적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처럼 개발을 막을 수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시신을 액화질소에 급속 냉동한 후 충격을 가해 가루로 만드는 ‘빙장’을 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 저감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2022년부터 반려동물 장례식에 수분해장이 허가됐지만 현재 이를 제공하는 동물 장례업체는 한 곳도 없다.
어느 새해 아침. 나 죽거들랑 버섯 포자 수의를 입혀달라고 유언장을 갱신하고 싶다. 그 땅에서 자란 버섯을 먹어주면 좋겠다. 20대 중반부터 되도록 고기를 먹지 않는 플렉시테리언으로 살면서 버섯 참 많이 먹었다. 받은 거 돌려주는 거, 그런 게 뭐 인지상정 아닌가.
이틀간 진행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발언 논란에 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여야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을 검증 대상으로 삼지 않는 모습은 같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26일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사청문특위 여야 위원들은 지난 24~25일 진행된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묻지 않았다. 청문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과 국민의힘 의원 5명, 조국혁신당 의원 1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김 후보자가 지난 2023년 개신교계 행사에서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 후보자가 개신교계 반대 논리를 “헌법적 권리”로 두둔해 논란이 커졌다. 진보 진영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견해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인식을 청문회에서 밝히라는 요구가 잇따라 제기됐다.
여당인 민주당이 관련 검증을 피한 데는 김 후보자에게 불리한 이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해 9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청문회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은 공산주의 혁명의 수단’이라는 취지의 안 위원장 발언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모습과 다르다. 김 후보자 청문위원인 전용기 의원은 당시 안 위원장 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은 인권위에서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이를 검증 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제3당인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대선에서 연대하는 등 범여권으로 평가되는 터라 김 후보자에게 공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추진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고 답답한 청문회였다”라며 “(청문위원들이) 내란 청산의 광장에서 요구된 제1의제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물어볼 의무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도 안 돼서 광장의 연대를 깨트렸다”고 덧붙였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기자의 질의에 “총리 후보자가 동성애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 여야 모두 질의조차 못 한 게 우리 정치의 암울한 현실”이라며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정치가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대통령 때 추진되고 민주당 의원들이 줄곧 발의해온 법안”이라고 밝혔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반드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었는데 그 누구도 묻지 않았다”라며 “이러고도 국회에 ‘민의의 전당’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겠는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에서 “여야 청문위원 모두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인권과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음주운전을 한 뒤 일명 ‘술타기(사고 후 술을 추가로 마셔 혈중 알콜 농도 측정 방해)’ 수법으로 음주 측정을 방해한 4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새벽 3시35분쯤 구미시 형곡동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이를 목격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자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마셨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 적발을 피하기 위해 술을 더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자동차나 자전거 등을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신 경우 초범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운전면허는 취소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을 일으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청은 의성군 안계면과 안평면에서 각각 산불을 일으킨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씨(54)와 B씨(6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22일 오전 11시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어린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불을 붙인 나뭇가지를 버리는 과정에서 불이 제대로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같은달 30일 산림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해왔다.
과수원을 운영하는 B씨는 같은 날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웠다가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쓰레기를 태운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A·B씨 과실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일대에서 약 9만9124㏊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타 훼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원과 산림청 등이 진행한 합동감식에서도 경북 산불은 실화에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발화지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의 경우 주변에 논밭이나 민가가 없는 점, 야산 내 묘지로 이르는 길이 인적 왕래가 드문 곳인 점, 발화 당일 낙뢰 등 자연발화 요건이 없었던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