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검 수사팀이 윤 전 대통령 측에게 다음 달 1일 오전 9시까지 서울고검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29일 오후 9시20분쯤 브리핑을 열어 “(다음 달 3일 이후로 출석을 연기해달라는)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오늘 오후에 접수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7월1일 오전 9시에 출석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내란특검 수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29일 새벽 오는 30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윤 전 대통령 측은 해당 통지가 자정을 넘겨 전달된 점 등을 들어 “하루 만에 출석하라고 통보하는 것은 촉박하다”며 조사 일정을 윤 전 대통령의 다음 형사재판 공판 기일인 다음 달 3일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의 사정을 일부 고려했다면서도 요구를 모두 맞춰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협의는 합의가 아니다.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한 후 특검의 수사 일정이나 여러 가지 필요성을 고려해 출석 일자를 정해서 통지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출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내일(오는 30일) 아침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생각하는 힘을 갖춘 첫 추론형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씽크(사진)’를 30일 선보였다.
국내에선 LG ‘엑사원 딥’에 이은 두 번째로, ‘에이전틱 AI’ 핵심인 추론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네이버는 이날 하이퍼클로바X 씽크 개발을 완료하고 해당 모델의 설계·성능 등 세부 정보를 소개하는 기술 보고서(테크니컬 리포트)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X 씽크는 추론 능력이 강화된 AI 모델로 사용자가 질의를 입력하면 모델이 혼잣말하듯 길게 생각하며 답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거나 실수를 되짚고 교정하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 씽크는 ‘코발트-700’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중국 알리바바 ‘큐원 3’, LG AI연구원 ‘엑사원 딥’ 등 유사한 스펙의 추론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코발트-700은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의 한국어 이해도를 진단하기 위해 설계된 테스트다. 하이퍼클로바X 씽크는 언어뿐 아니라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능력도 갖췄다.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 문제를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제시하자 이를 읽어 들인 AI가 식물과 생태계 등의 지식과 결합해 올바른 선택지를 골라내는 식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다. 경쟁력 있는 한국어 추론 모델을 개방해 한국 AI 기술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지난 4월에도 경량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이른 시일 내에 오픈소스로 공개한 뒤 자체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 X에서도 일반 대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순차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가 첫 추론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추론형 AI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LG AI연구원은 지난 3월 국내 최초 추론 AI ‘엑사원 딥’을 먼저 선보였다. 추론 모델이란 기존에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하는 비추론 모델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며 답변을 내놓는 모델을 말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로 평가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부터 차례로 공개 중인 ‘o’ 시리즈가 대표적인 추론 모델이다.
29일로 30주기를 맞이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가족들은 아직도 추모 표지석 설치를 요구한다. 추모 표지석이 없어서가 아니다. 추모 표지석이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린 자리에는 지금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서 있다. 삼풍백화점 추모 표지석은 여기에서 4㎞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숲에 자리하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현장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자리에 추모석을 세우자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유족들이 표지석 설치를 요구하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인근 노을공원(구 난지도매립지 터)이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1995년에는 서울에서 나온 모든 쓰레기가 난지도 매립장에 묻혔다. 삼품백화점 건물의 잔해도 여느 폐기물들처럼 난지도로 향했다. 건물 잔해를 치우기 시작할 때까지 가족의 유해를 찾지 못했던 유족들은 난지도로 따라갔고 일부는 이내 쓰레기 더미에서 가족을 찾아냈다. 일부 희생자들의 유해는 그렇게 매립지에서 수습됐다.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 유족은 그래서 지금은 노을공원이 된 난지도매립장 터를 찾는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미수습자 유족들은 노을공원에서 공터를 향해 절을 올린다.
유족들을 지원하며 표지석 설치 캠페인을 진행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이하 우리함께)의 활동가 김정숙, 장은하씨를 지난 26일 서울 중구의 우리함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노을공원 이야기를 유족들에게 듣고 캠페인 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센터는 최근까지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들의 구술 기록활동을 진행해왔다. 김씨는 “(희생자 유족이) 과일이랑 술을 챙겨서 난지도(노을공원)에 가셔서 절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활동가들은 추모의 상징물이 단순히 조형물로서의 의미만 갖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장씨는 “추모와 기억은 희생자들의 권리이자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그러나 그간 참사는 국가에 의해 추모와 기억 대신 빠른 수습과 처리의 대상으로 다뤄져 왔다”고 말했다. 참사를 기억하게 하는 추모공간 설치 등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리고, 이내 이것이 기피시설처럼 여겨졌다. 참사 현장에 위령탑이 들어서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활동가들은 기억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고도 했다.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피해자들이 참사 발생 이후 ‘배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점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이 정보 접근에서 배제되고, 참사 이후 주요 의사결정권에서 배제되는 과정이 반복돼왔다”며 그걸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는 2024년 9개의 참사 유가족들이 모인 재난피해자연대가 주축이 돼 4·16재단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최근에는 지난 5월28일 발생한 서울 종로구 세운대림상가 화재 피해자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재난피해자 권리 안내서’를 발간했다.
센터는 유족과 함께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 표지석 설립 서명은 목표치인 6290개가 모일 때까지 ‘빠띠 캠페인즈’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