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전격 시행되면서 금융권은 서둘러 일부 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하고 새 제도를 반영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지만, 개인사업자대출 등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포함된 핵심 대책은 전날부터 전격 시행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은행별로 연소득의 1~2배까지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전세보증비율 강화와 같이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 바로 시행됐다.
은행들은 새 제도에 따른 준비로 주말 사이 분주했다. 시중은행들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변경되는 제도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신용대출, 주담대 등 대출 상품 일부의 비대면 접수를 전날부터 중단했다.
은행권이 서둘러 대출부터 막고 나선 것은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별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곧장 시행돼 대응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비대면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부 은행들의 접수 중단으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많은 조치가 한꺼번에 이뤄져 이를 적용한 전산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언제 완료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다 포함되지 못한 세부 내용, 예외 사항들을 당국과 조정할 필요도 있다”며 “다만 전산작업은 다음달 초순까지는 완료하려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발표의 여파를 주시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30일부터는 창구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과 협조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규제가 안착하면 8월부터는 정책 효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실행될 주담대 중에는 이미 한두 달 전 승인이 난 사례가 있어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바뀐 제도의 영향이 본격화되면 가계대출 증가폭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으니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우회로’로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이번 대책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으나 고소득 전문직들은 여전히 거액의 신용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대출 규제 후 첫 점검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추가 규제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필요시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으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준비된 추가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의 1심 재판 결과가 오는 10월31일 나온다. 2021년 10월 이들이 기소된 지 약 4년 만에 첫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사업 설계를 주도한 인물들의 유무죄가 판가름 나면 이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결심 공판은 지난 27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재판부는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이 총 25만쪽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며 10월31일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민관 합동으로 진행됐는데,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이 4000억원 넘는 수익을 가져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취득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됐다”며 김씨에 대해 징역 12년과 추징금 약 6111억원,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징역 7년과 벌금 17억여원, 추징금 8억여원을 구형했다. 다른 피고인에게도 수십억~수천억원대 추징금과 함께 징역 5~10년을 구형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대장동 사업은 민간 제안형이었고, 당시 부동산 시장 예측이 어려워 수익을 사전에 확정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별개로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을 받아왔다. 대장동 본류 재판에서 ‘윗선’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이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다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에 따라 향후 5년간 이 대통령 재판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 서울꿈새김판이 여름을 맞아 ‘그늘보다 시원한 건, 너의 웃음이야’라는 문구로 새로 꾸며져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30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지난달 11일 ‘후보교체 파문’으로 사퇴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후임에 지명된 지 49일 만이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이 놀랄 정도로 빠른 당의 변화”를 말하고 개혁안을 내놨지만 당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변하지 않는 당’의 모습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순직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 특검에 대해 국민의힘이 반대 당론 변경을 관철하지 못했고 “진상규명을 약속한 저조차도 비대위원장으로서 당론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두고 못다 한 개혁 과제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명으로 취임했을 당시 당 일부에서는 개혁 기대감이 있었다. 수도권 지역구(경기 포천·가평)에 당 최연소 의원(35세), 비대위원 중 유일하게 후보 교체에 반대한 점 등이 주목받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빠른 변화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오에 책임을 못 지운 건 (당의) 과오”라며 사과했다.
김 위원장의 쇄신책은 당 주류에 막혀 종종 후퇴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탈당을 권고드리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대선 시국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반발에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의 구심인 김문수 당시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미온적이었던 점도 김 위원장에게 제약으로 작용했다.
김 위원장이 6·3 대선 패배 후에 제시한 5대 개혁 과제 역시 당 주류 반발에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오는 9월 전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 정도만 수용됐다. 개혁의 핵심이었던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교체 파문에 대한 당무감사, 당론 결정에 원외와 국민 생각 반영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향후 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원톱’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송 원내대표가 당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김 위원장의 개혁 과제를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당 주류가 한두 달 사이에 김 위원장의 개혁 과제를 갑자기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 개혁안에 반발하는 당 주류의 행태로 대선에 지고도 변하지 않는 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더 부각됐고 당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성인 1004명에게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응답률 13.4%)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3%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46%)에 크게 뒤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는 당의 쇄신을 이끌 리더로서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을 차기 당권주자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에서 마지막 남은 야당인 사회민주당연맹(LSD)이 정치적 압력을 이유로 19년 만에 공식 해산했다.
LSD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며 “회원과 동지들에게 미칠 영향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우리는 해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찬포잉 LSD 대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도 중국의 직접적 압력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는 답변을 피했다.
LSD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우리는 무거운 마음과 양심의 아픔을 안고 떠난다”며 “우리가 마지막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결성된 LSD는 급진적 민주화 의제를 홍콩 주류 사회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당은 전성기 시절인 2008년 의회에서 세 석의 의석을 차지했으며, 2020년까지만 해도 한 석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같은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결의된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됐고, 2021년 총선 출마를 보이콧했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최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홍콩 내 민주화 세력은 이 법이 사실상 반 중국 정부 세력을 처벌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LSD 당원을 포함한 민주화 운동가 대부분은 투옥되거나 해외로 망명했다.
앞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1년 후인 2021년에는 야당인 신민주동맹이 해산했고, 2023년에는 제2야당인 공민당이 창당 16년 만에 해체했다. 지난 2월에는 한때 홍콩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도 해산을 결정했다.
LSD는 2023년 은행 계좌가 폐쇄되면서 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5년 동안 찬 대표의 남편 등 당원 6명이 구금되기도 했다.
외신들은 LSD의 해산으로 홍콩 내 공식 야권 세력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